1년간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전면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잦은 ‘핀셋 규제’로 방역 지침이 복잡해진 데다 업종 간 형평성 논란이 반복되면서다. 1년가량 이어진 거리두기로 시민과 자영업자가 느끼는 피로감과 피해가 누적된 만큼 명료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거리두기 대책은 매번 ‘형평성’ 논란에 시달렸다. 업종별로 영업 여부, 영업 시간, 수용 인원 등이 제각각이다 보니 “왜 우리 업종만 규제하느냐”는 불만이 들끓었다. ‘0.5단계’ ‘+α’ 등 핀셋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거리두기 2단계+α’를 발표하며 실내체육시설 중 ‘격렬한 GX(집단운동)류’ 시설만 따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음악학원에선 피아노학원의 영업을 허용하고, 관악기·노래학원은 금지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거리두기를 5단계로 개편했지만, 확진자 수가 기준에 충족하면 제때 거리두기를 상향하지 않고 +α 대책을 내놓아 형평성 논란이 자꾸 커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방역 지침에 지친 자영업자들이 연이어 거리로 나서고 있다. 헬스장·노래방 등 영업제한·금지 업종 업주들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방역지침은 실효성과 형평성이 모두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23일에는 파티룸 등 공간대여업 업주들이 모인 전국공간대여협회도 민주당사 앞에서 “회사 미팅이나 사진 촬영, 스터디 모임 등 여러 활동을 하는 시설을 일괄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거리두기 개편을 약속했다. 지난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률적인 집합금지 조치보다 활동이나 행위를 중심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영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4일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조정안과 관련해 “관련 협회와 단체, 소상공인의 의견을 함께 들으면서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업종별 특성과 감염 위험성을 분석해 한층 섬세한 방역수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 수라는 단편적인 기준이 아니라 시설별로 위험도를 평가해 세밀한 방역 지침을 적용해야 한다”며 “+α 대책보다 거리두기를 10단계 등으로 나누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영업 시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테이블 띄우기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을 보다 잘 지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정 업종의 운영을 모두 중단하기보다 가급적 방역 여건을 잘 갖춰 운영하게 해주고, 여건이 미비한 곳은 자금을 지원해서 예방이 가능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