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이 본격 시행됐지만 관련 법령 개정이 불완전해 현행법상 모순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후속 법령 정비 작업이 아직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경찰의 수사종결 관련 법적 처분의 주체를 놓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찰은 자신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했다. 해당 사건을 재판에 넘길 지 여부를 결정하는 처분 권한이 검찰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 종결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불송치 권한이라는 ‘법적 처분 권한’을 새로 획득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법적 처분 권한을 행정청(관청)이 갖는다는 점이다. 가령 세무공무원들이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법적 효력을 갖는 처분은 세무서장이자 지방국세청장 명의로 해야 한다. 검찰청법상 수사 검사는 개개인이 독립관청이다. 하지만 경찰법상으론 경찰청장,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관청에 해당한다. 즉 불송치 처분은 이들 명의로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에선 수사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법경찰관으로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총경이 보임되는 경찰서장과 달리 지방경찰청장을 맡는 치안정감이나 치안감은 사법경찰관이 아니다. 지방경찰청의 광역수사대가 수사한 사건에 대한 불송치 처분을 누구 명의로 내릴 수 있느냐를 두고 문제가 발생한다.
법조계에선 광수대라는 조직은 지방경찰청의 보조기관에 불과해, 관청이 될 수 없으므로 ‘수사 종결(법적 처분) 권한’의 행사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지방경찰청장은 형사소송법상 수사권자가 아니므로, 수사 관련 업무인 불송치 처분을 할 수 없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이완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을 바꿔 치안정감과 치안감을 사법경찰관으로 추가하거나, 경찰법을 개정해 광수대를 관청으로 만들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장검사도 “수사권 조정에 연계되는 법 개정 작업을 정교하게 하지 않아 생긴 모순”이라며 “형사소송법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횟수의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수사준칙에서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것도 법적 체계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수사권 조정이 서민들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부터 검찰이 직접수사에 나설 수 있는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한정됐다. 경제범죄의 경우도 피해액 5억원 이상의 사기·횡령·배임 범죄 등으로 구체적으로 제한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경우 자신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 전문성이 높은 검사가 수사해 주길 원할 수 있다”며 “부자들이 당하는 5억원 이상의 사기피해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데, 서민들이 당하는 수백만원 사기피해는 경찰만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액 피해자는 수사의뢰할 기관 선택지가 검찰, 경찰 두개가 있지만 소액 피해자는 경찰 하나밖에 없는 셈”이라며 “물론 경찰이 자신이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 결정할 경우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겠지만, 과거보다 시간적·금전적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