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경남 고성군 장좌리 삼강에스앤씨 조선소. 부두 옆 야드엔 60~80m 높이의 거대한 해상 풍력발전 하부구조물 10여 개가 막바지 도색 작업을 앞두고 있었다. 하부구조물은 바다에 풍력 발전기를 세우기 위해 땅속에 심는 지주다. 부두에 설치된 세 개의 대형 크레인은 거대한 풍력발전 부품들을 연신 실어날랐다. 공장 한쪽에선 하부구조물에 들어가는 파이프를 제조하기 위한 기계소리로 가득했고, 용접 불꽃이 곳곳에서 튀고 있었다. 삼강에스앤씨의 모회사인 삼강엠앤티 관계자는 “2021년에 50여 개의 하부구조물을 대만으로 보낼 예정”이라며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선 연말에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3년간 연속 적자 딛고 ‘부활’1999년 설립된 삼강엠앤티는 국내 최초로 후육강관 국산화에 성공한 중견 조선·기자재 업체다. ‘두꺼운 판으로 만든 강관’이라는 뜻의 후육강관은 두께 20㎜ 이상인 철판으로 제조한 산업용 대형 파이프다. 석유 시추를 위한 해양플랜트와 대형 건설물을 지지하는 ‘골조’ 역할을 한다.
삼강엠앤티의 지난해 매출은 1999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2년 전인 2018년(1439억원)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낸 영업이익도 280억원으로, 전년 동기(-38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던 삼강엠앤티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은 해상풍력사업 덕분이었다. 대형 석유플랜트를 생산했던 노하우를 활용해 풍력발전 시장에 뛰어들었던 것이 대박을 냈다. 국내 최고의 후육강관 제조역량삼강엠앤티가 제작하는 하부구조물은 상부구조물인 터빈과 타워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해상풍력의 핵심 설비다. 무게만 1800t에 달하는 하부구조물을 버티기 위해 3~4개의 다리가 필요하다. 이런 방식의 하부구조물을 ‘재킷(jacket)’이라고 부른다. 재킷이 바닷속 갯벌을 파고 들어가 30여 년간 거센 파도와 바람을 버텨내기 위해선 하부구조물 내부 곳곳을 연결하는 파이프의 내구성이 핵심이다. 이 파이프가 바로 후육강관이다. 20여 년째 후육강관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역량이 풍력발전에서도 빛을 발한 것이다.
2019년엔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 기업인 덴마크의 외르스테드와 대규모 해상 구조물 공급계약을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외르스테드는 까다로운 품질 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수출에 성공한 건 삼강엠앤티가 처음이다. 덴마크 외르스테드에 이어 블라터 및 벨기에 해상풍력 기업 JDN 등과의 계약도 잇따랐다. 지난달 초엔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과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여 년간 잇달아 새 사업 도전삼강엠앤티는 1999년 설립 이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삼강엠앤티는 안정적인 수익을 냈던 후육강관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2009년 고성에 국내 최대 선박용 블록 및 해양플랜트 제작공장을 완공했다. 선박 수리·개조 및 경비정 등 특수선 건조로도 분야를 넓혔다.
2017년엔 STX조선해양 100% 자회사였던 고성조선해양(현 삼강에스앤씨)을 인수했다. 삼강에스앤씨는 국내 유일의 초대형 선박 수리업체로 성장했다. 2019년엔 STX조선해양 방산 부문을 인수, 건조용 특수장비와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자 삼강엠앤티는 후육강관과 플랜트 역량을 활용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에도 박차를 가했다. 현재 삼강엠앤티 플랜트 사업 매출 중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강엠앤티 실적이 개선되면서 고용 인원도 증가하고 있다. 삼강엠앤티의 직접고용 임직원은 500여 명이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3000여 명으로, 2년 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밀려드는 해상풍력발전 수주와 특수선 주문을 맞추기 위해 수백 명의 인력을 더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