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미국·캐나다에 백신 나눠달라 하자"…文 "충분히 확보"

입력 2020-12-28 17:15
수정 2020-12-28 17:2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당 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 방안에 대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우방국들에 부탁해 여유분을 받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지금 제약사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이미 선구매한 다른 나라들부터 물량이 공급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백신 정상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4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충분히 백신을 확보한 나라의 정상들에게 전화해서 백신을 나눠달라고 '부탁 외교'를 하라"고 했다. 안 대표는 문 대통령을 단장으로 하고 관계 부처 장관과 여야 의원, 의료계, 관련 기업 인사들로 이뤄진 범정부 차원의 구매 외교단을 구성해 직접 순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백신을 많이 확보한 나라의 경우 남은 백신 물량에 대한 재정 문제도 있기 때문에 (백신을 제공받는 게) 노력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동맹국과 우방국 상대로 설득해야 한다. 인구 수의 11배를 비축한 캐나다, 3~4배 비축한 미국의 백신 일정 부분을 먼저 받고 나중에 우리가 백신을 대량 확보하면 돌려주면 된다"고 했다. 캐나다는 인구의 5배가 넘는 1억9000만여명분을 확보했고 영국도 인구의 3배, 호주는 인구의 2.3배 분을 확보했다. 블룸버그가 지난 22일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중 32개국은 인구수 대비 백신 확보 비율이 100%가 넘는다.

통상 집단면역을 완성하려면 국민의 60~70%가 비슷한 시기에 백신 접종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집단면역이 이뤄져야 지금의 유행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민의 3100만~3600만명이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분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얀센, 화이자와 각각 600만명분, 1000만명분의 백신 구매 계약을 한 바 있다. 정부는 또 다른 제약사인 모더나와 백신 1000만명분 공급을 확약받고 내년 1월 중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백신협약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들여올 수 잇는 1000만명분을 합치면 총 4600만명분이다.


민주당은 18세 미만, 임산부 등은 접종권장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신 물량 자체는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백신 접종 가능인구는 4410만명이 가량이다. 국내 의료 전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물량만 원활하게 공급되면 빠른 속도로 접종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부·여당 관측이다. 민주당이 내년 9월까지 집단면역에 도달하겠다는 내부 목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고령자 등 우선접종대상자는 내년 2월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일반인은 내년 4월 이후에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 확보는 다른 국가보다 늦었지만 집단면역 시기는 크게 늦어지지 않을 것이란 게 민주당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거나, 접종이 늦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일각에 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신 늑장 확보 비판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했고 돌발상황을 대비한 추가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