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원자력발전을 ‘2050년 탈석탄 사회 실현’의 필수적인 발전수단으로 확정하고 앞으로 10년 내에 차세대 소형 원자로를 개발해 운영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탈석탄 사회 실현을 위한 로드맵 ‘그린 성장전략’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이 전략에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3대 핵심 분야와 14개 중점 분야의 배출량을 언제, 어떻게, 얼마씩 줄일지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발전소 구성에서 해상풍력발전과 수소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원전은 과거에 비해 의존도는 낮추지만 중요한 전력 생산 수단의 하나로 계속 활용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로 100%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세계 최대 해상풍력설비를 보유한 영국도 기술적인 한계와 급등하는 전기료 등을 감안해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를 ‘2050년까지 65%’로 잡았다.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화력발전과 원전을 합친 비중을 30~40%로 유지할 계획이다. 일본의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30%에서 현재는 6%로 떨어졌다.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54기의 원전 가동을 전면 중지하고 안전성 심사 및 지역주민의 동의를 거친 9기만 재가동하고 있다. 원전의 수명은 최대 60년으로 정했다. 이 때문에 가동 가능한 원전이 2050년이면 20기, 2070년에는 0으로 줄어든다.
차세대 소형 원자로는 2050년에도 원전을 주요 전력 생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일본의 승부수로 평가된다. 차세대 소형 원자로는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아도 돼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 출력은 10만~30만㎾로 100만㎾급이 주력인 현재의 원전보다 떨어지지만 노심(원자로에서 핵분열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 곳)이 작아 냉각시키기 쉽다는 게 장점이다.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에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당분간 원전을 새로 건설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안전성이 높은 소형 원자로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도 쉬워 기존 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 개발하는 차세대 원전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와 고온 가스로(HTGR), 핵융합 등 세 가지다. SMR은 2020년대 후반께 운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부품을 공장에서 미리 조립하기 때문에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HTGR은 물 대신 고온의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해 수소 폭발의 가능성을 없앴다. 일본은 2030년까지 핵심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40년 시험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온실가스는 배출하지 않으면서 효율성이 높은 핵융합 방식은 2050년 이후에나 실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