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줄여 탈석탄 사회를 실현하려는 일본 정부의 로드맵이 나온다. ‘언제’ ‘얼마나’가 빠진 채 ‘어떻게’ 하겠다고만 발표한 한국의 탈석탄화 전략과 달리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별 배출량을 몇 년도까지 몇 퍼센트(%) 줄인다는 구체적인 일정표까지 제시된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조만간 탈석탄 사회 실현을 위한 ‘그린 성장전략’을 내놓는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순서대로 3대 핵심 분야와 14개 중점 분야를 지정하고 세부적인 대책과 일정을 공개한다.
탈석탄 사회 실현을 위한 3대 핵심 분야에는 에너지와 운송·제조, 가정·오피스가 지정됐다. 이들 분야는 일본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다.
2018년 일본은 11억4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 중 에너지(발전) 부문이 4억6000만t(40.4%)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와 운송 부문이 2억8000만t(24.6%)과 2억t(17.5%)으로 뒤를 이었다. 오피스와 가정은 각각 6000만t(5.3%)과 5000만t(4.4%)을 배출했다.
3대 핵심 분야는 해상풍력, 원자력, 암모니아, 수소, 원자력(이상 에너지 분야)과 자동차·배터리, 반도체·정보통신, 선박, 물류, 식품·농림수산, 항공기, 탄소 재활용(운송·제조 분야), 주택, 자원순환, 생활스타일(가정·오피스 분야) 등 14개 중점 분야로 세분화했다.
자동차는 2030년 중반까지 경차를 포함한 모든 차종에서 휘발유차와 디젤차 판매를 중지하고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보급하기로 했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일본 정부는 현재 ㎾당 1만엔 중반~2만엔 수준인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2030년까지 1만엔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휘발유차보다 100만엔(약 1064만원)가량 비싼 전기차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충전에 드는 비용 등을 낮춰 전기차 이용자의 부담을 휘발유차와 같은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발전 분야에서는 해상풍력발전을 국가 핵심 전력원으로 키우기로 했다. 해상풍력발전소를 대폭 늘려 204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45기 규모에 해당하는 4500만㎾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차 보급 등으로 2050년에는 전력 수요가 지금보다 30~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현재의 원자로보다 안전성이 높은 소형 원전을 개발하고 2050년까지 도입한다는 목표도 담았다. 핵심 전력수단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꾸지만 원전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2050년 발전소 구성을 신재생에너지 50~60%, 화력·원전 30~40%, 수소와 암모니아 10%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민간기업이 탈석탄 관련 투자를 진행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명확한 중장기 목표와 지원책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탈석탄 사회 실현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연간 10조엔 이상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도 지난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경제구조의 저탄소화와 새 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등 3대 정책방향과 10대 과제로 구성됐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와 업종을 선별해 대책을 집중한 일본에 비해 추진 전략이 막연하고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어떻게 하겠다’는 방향만 나열돼 있을 뿐 언제까지 얼마를 줄인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담당 부처별로 내년까지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마련하겠다고만 밝혔다. ‘2050년 탈석탄 사회 실현’이라는 같은 목표를 놓고 실제로 사업에 착수하는 시점은 일본보다 1년 이상 늦어지는 셈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