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현재 50%대에서 70% 수준으로 올려야 합니다. 더 많은 변호사가 다양한 직군과 지역으로 진출할 때 사회 곳곳에 법치주의가 확산할 것입니다.”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56·사진)은 지난 23일 “올초 변호사 시험에서 총 1768명(응시자의 53%)이 합격했는데, 로스쿨 교육을 성실히 마친 응시자라면 최소한 70%는 합격시켜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원장은 내년 1월 1일 제10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법전협’) 이사장에 취임한다. 법전협은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이 로스쿨의 주요 현안을 협의·의결하는 사단법인이다. 로스쿨 입학에 필요한 법학적성시험(LEET)도 주관한다.
한 원장은 양정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보험법)를 받았다. 보험연구원 원장과 한국보험법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한림대, 이화여대를 거쳐 2007년부터 서울대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난 6월 원장에 취임했다.
2009년 국내에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여전히 ‘뒷말’이 많다. 사실상 ‘현대판 음서제’가 아니냐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은 1424만7000원. ‘있는 집 자녀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원장은 “국내 로스쿨은 전체 등록금의 평균 30% 이상을 경제 사정에 따른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합격률이 3%에 미치지 못했던 사법고시와 달리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월등히 높아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물론 로스쿨 입학 경쟁률이 높고,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 성격을 띤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한 원장은 “로스쿨의 존재 의의는 ‘다양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몇몇 특정 대학 출신 ‘엘리트 법률가’가 법조계의 중심이었다면 이젠 서울에서 제주까지 법조인의 출신 대학과 연령, 개업 지역 등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방에 있는 로스쿨을 졸업한 뒤 인근 지역 공공기관에 진출하거나 정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했다.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변호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이 같은 선순환에 기여할 것이란 믿음에서다.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로스쿨 폐지론과 방송통신대 로스쿨 도입에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그는 사법고시와 로스쿨을 병행하는 일본과 달리 ‘로스쿨 일원화’ 체제를 선택한 국내에선 로스쿨이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방통대 로스쿨에 대해서는 “실무 과목뿐만 아니라 핵심 과목을 원격으로는 학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구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사장으로서 단기 목표로 ‘로스쿨 평가 기준 개편’과 ‘변호사시험 출제 업무 위탁’을 제시했다. 로스쿨은 5년마다 평가받는데 교육 여건과 지역·사회적 환경 차이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줄세우기’에 그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법무부가 주관하는 변호사시험 출제 업무를 위탁받으면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시험에 더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안효주/사진=신경훈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