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현모씨는 올 3월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아버지는 현씨의 임신 사실을 알자 연락을 끊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현씨는 사기까지 당해 경제적으로도 궁지에 몰렸다. 육아용품은커녕 출산을 위한 수술비와 병원비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현씨는 여러 곳에 문의하다가 ‘여성인권동감’이 운영하는 미혼모를 위한 셰어하우스(거실 부엌 등 일부 공간을 공유하는 주거시설)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출산 및 양육비를 지원받았다.
현씨는 “미혼모라는 사실만으로도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는 데다 아이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이 커 심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다”며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며 정서적으로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직업교육을 받을 때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를 돌봐줘 일할 의지를 갖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애터미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양육 미혼모 지원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선정기관 32개 중 하나인 사단법인 여성인권동감은 ‘미혼모 여성의 안전한 출산, 유기 예방과 자녀 양육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긴급 개별맞춤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사랑의열매 측은 “사회 취약계층인 미혼모와 아이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위기에 처한 미혼모를 찾아 의료비부터 긴급생계비,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물품(‘기프트박스’)까지 지원하는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미혼모들이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 운영도 지원하고 있다. 미혼모 가정이 6개월간 지낼 수 있는 셰어하우스에선 기본 식사와 잠자리는 물론이고 산모 관리, 아이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가족이나 사회가 준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치유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퇴소 후 자립할 수 있도록 구직활동도 돕고 있다.
이 같은 도움이 절실한 이유는 대다수 미혼모가 ‘생활고’와 ‘나홀로 육아’라는 이중고를 겪기 때문이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월소득 152만원 미만인 경우 아이가 만 18살이 될 때까지 월 20만원씩 지급받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미혼모 지원단체 관계자는 “채용시장에서 한부모, 특히 미혼모는 기피 대상”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줄면서 미혼모들이 벼랑 끝에 섰다”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 양육과 입양에 대한 고민 등으로 등록하지 않은 미혼모도 상당수라는 게 지원단체의 설명이다. 박미선 여성인권동감 사무처장은 “한부모가족 증명서가 있어야 정부 시설에 들어가 지원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가족의 폭력이 두려워 비밀리에 출산하길 원하거나, 추후 지속적인 양육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출산한 미등록 미혼모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긴급 지원이 가능한 셰어하우스가 더 많이 생겨야 여성과 아이를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협찬: 사랑의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