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캠프 "해외서 통할 기술 스타트업 키울 것"

입력 2020-12-22 17:13
수정 2020-12-23 01:30

“서비스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에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 특허 등 지식재산권(IP)과 기술로 무장한 제조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를 3년간 이끌어온 김홍일 센터장(사진)은 22일 이렇게 말했다. 2013년 출범한 디캠프는 직·간접투자 또는 보증을 통해 스타트업 성장을 돕고 있다. 우리·신한 등 국내 은행 17곳과 주택금융공사가 두 차례에 걸쳐 8450억원을 출연했다. 주력 사업 모델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로, 약정 총액이 7432억원에 달한다.

디캠프의 철학은 ‘인내하는 자본’이다. 김 센터장은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을 넘어 성장하는 데 보통 10여 년이 걸리지만 국내 벤처캐피털(VC)은 투자 및 회수 기간이 7년으로 짧다”며 “투자 총액이 문제가 아니라 지속 기간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10월 390억원 규모 은행권스타트업동행펀드를 결성했다. 존속 기간 최장 13년(투자 기간 8년)으로, 스타트업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마중물 역할을 하는 새 펀드다.

디캠프는 그동안 120여 개 스타트업에 직접투자했다. 기업공개(IPO)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는 곳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된 고피자와 반려동물 건강진단업체 핏펫이 대표적이다. 자영업자를 위한 간편 회계서비스 ‘캐시노트’를 개발해 기업 가치 3000억원을 인정받은 한국신용데이터, 개인 간(P2P) 투자 및 대출 플랫폼 에잇퍼센트, 금융상품 쇼핑몰 핀다 등도 성장세가 돋보인다.


김 센터장은 최근 스타트업 해외 진출 주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 7월 디캠프의 서울 강북권역 거점 ‘프론트원’을 공덕동 옛 신용보증기금 사옥에 마련하면서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한국사무소를 유치했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테크(기술) 스타트업’ 육성이다. 탄소나노튜브 기반 X-선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공기청정기를 개발한 어썸레이의 해외 진출을 일곱 차례에 걸쳐 지원한 이유다. 김 센터장은 “국내 스타트업은 대부분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만 갖고 있고 기술 특허가 별로 없다”며 “대기업과 함께 세계로 나아갈 유망 기술을 가진 제조 스타트업을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캠프는 매월 ‘데모데이’ 행사를 연다. 스타트업이 VC 투자심사역 등 청중 수백여 명 앞에서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최대 3억원과 디캠프 1년 입주권을 주는 이벤트다. 디캠프는 제조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지방 연구소, 산업단지 등에 ‘찾아가는 데모데이’ 행사를 시작한다.

김 센터장은 금융권 업무를 섭렵했다. 산업은행에서 시작해 ABN암로 홍콩, 노무라증권 등을 거쳐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대표, IBK자산운용 부사장, 우체국금융개발원장을 지냈다. 그는 “창업은 10%만 살아남는 힘들고 고된 일”이라며 “공황장애와 안면마비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사람, 생을 달리한 사람 등도 많이 봤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분들의 도전과 실패가 누군가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며 “나이와 관계없이 창업가야말로 우리 사회의 진정한 리더”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