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량상장사 상징 '도쿄증시 1부' 사라진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0-12-17 08:07
수정 2020-12-17 14:24


도쿄증시1부, 2부, 마더스, 자스닥 등 4개의 시장으로 이뤄진 도쿄증권거래소가 2022년 4월부터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 등 3개 시장체제로 바뀐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는 지금까지 가칭으로 사용해 온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 등 3개 시장의 명칭을 정식명칭으로 확정하겠다고 일본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연내 일반에 의견공모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명칭 변경이 확정되면 일본의 우량상장사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던 '도쿄증시 1부'는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현재 도쿄증권거래소는 도쿄증시1부, 2부, 마더스, 자스닥의 4개 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10월1일 기준 전체 상장사수는 3724개다. 2013년 7월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를 통합하면서 투자가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 시장을 그대로 유지한 결과다. 이 때문에 도쿄증시 1부 상장사는 2178개에 달하는 반면 나머지 3개 시장의 상장사는 1500개사에 불과한 '가분수 시장'이 되고 말았다. 신흥기업의 상장시장도 마더스와 자스닥으로 뒤섞여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8년 10월 시장재편에 착수한 도쿄증권거래소는 작년 11월 현재 4개 체제인 시장구조를 3개로 바꾸기로 하고 각각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라는 가칭을 붙였다. 도쿄증권거래소는 3개 시장이 같은 위상을 가진 병렬관계라고 설명하지만 주식시장은 이미 프라임시장을 최상위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는 시장마다 제각각었던 승격 및 상장폐지 기준을 통일했다. 프라임은 3개 시장 가운데 시가총액과 영업이익 등 상장기준이 가장 엄격한 시장이다. 다른 시장에서 프라임시장으로 승격하려면 시가총액이 250억엔(약 2640억원)을 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2부와 마더스시장에서 1부로 승격하려면 시총이 40억엔 이상, 자스닥에서 1부로 승격하려면 250억엔 이상으로 달랐다. 자본잠식에 빠지면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는 기존 규정도 골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가들이 적극 투자하는 시장으로 키운다는 목표 아래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 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요구할 전망이다.

현재의 도쿄증시 1부 상장사는 원칙적으로 프라임시장에 편입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프라임시장의 상장유지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1부 상장사가 많아 진통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상장유지 기준인 '유통주식시가총액(대주주 보유지분을 제외하고 시장에서 매매되는 주식수로 산출하는 시총) 100억엔 이상'을 미달하는 상장사도 1부 전체의 약 20%에 달하는 410개사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유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도 달성계획서를 제출하면 당분간 프라임시장에 잔류하도록 할 계획이다.

도쿄증시의 거래시스템은 후지쓰와 공동개발한 애로헤드를 쓰고 있다. 현재는 1초에 약 5000회, 1일 최대 3억9000만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지난 10월1일 초유의 종일 거래중단이라는 시스템 장애를 일으켜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경영개선 명령을 받기도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