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넷 등기 된다더니…임대사업자에 또 말바꾼 정부

입력 2020-12-13 10:06
수정 2020-12-13 11:51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를 압박하는 대책을 연일 내놓은 가운데, 시행되는 대책에 대해 말을 바꿔 또다시 임대임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의무화된 부기등기(추가기재)를 기존에 '온·오프라인 가능'에서 '오프라인만 가능'으로 당일에 변경 공지했기 때문이다. 준비도 안된 정책을 시행하면서 임대인의 부담만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기등기 의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13일 법원 인터넷등기소 홈페이지에는 "민간임대주택 부기등기 시행과 관련해 임대사업자등록정보는 행정정보공동이용의 연계 대상이 아니므로 전자신청이 불가하다"는 안내창이 떠 있다. 임대주택이 소재한 관할 등기소 방문에 의한 신청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법원민원센터에 문의해보니 안내직원 또한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안내와 같이 직접 방문해서 등기를 신청하라"며 "행정정보망 공동이용이 안되어 인터넷등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거주지와 다른 지역에 임대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라고 하더라도 일일히 해당등기소를 방문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30일 내놓은 보도자료와 대치된다. 국토부는 '등록임대 거주 임차인의 알 권리 및 보증금 보호가 강화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12월10일부터 시행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령 주요 내용을 9쪽에 거쳐 설명했다. 이 중 8쪽에는 온라인 대법원등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정부가 등록임대주택 부기등기 의무 도입을 밝힌 건 지난 6월9일이다. 임차인의 알 권리를 강화하고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임대사업자는 등록임대주택에 대해 예비임차인 등 누구나 해당 주택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소유권등기에 임대의무기간과 임대료 증액기준 등을 추가기재토록 했다. 부기등기 의무 위반 시 5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된다.

법 시행 이후 등록된 임대주택은 지체없이 부기등기(등록 이후 소유권보존등기를 하는 경우 그 보존등기와 동시에 해야 함)를 해야 한다. 법 시행 전에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민간임대주택은 시행 후 2년 이내에 부기등기를 하라고 못 박았다. 결국 임대사업자에게 6개월 만에 과태료 위험까지 떠맡는 의무를 지게하는 동안, 정부는 온라인 접수조차 준비를 안해놓은 셈이다.

더군다나 신규로 임대주택을 등록하는 경우에는 더욱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통해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적용 기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8년짜리 임대주택을 등록해야 50~70%의 장특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종전엔 2022년 12월31일까지였지만, 정부가 '2020년 세법 개정안’에 슬쩍 포함을 시키면서 일정이 단축됐다.

연말까지 10여일만 남은 상황에서 주택임대사업자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되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역간 이동을 자제하고 '언택트'를 강조하는 정부의 기본 입장과도 차이가 있다. 자가격리나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임대사업자의 경우 아예 부기등기 방법이 막히게 됐다.

10여년간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대구에 있는 물건을 등록하러 꼼짝없이 대구까지 내려가게 생겼다"며 "정부가 법도 맘대로 바꾸고 공식적으로 내놨던 입장도 바꾸니 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호소했다.

한편 등록 주택임대사업자와 일반 주택임대인 등 주택임대인들이 모여 지난 1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를 출범했다. 성창엽 회장은 "임차인 없는 임대인이란 있을 수 없고, 반대로 임대인 없는 임차인 또한 존재할 수 없다"며 "현재 부동산 정책과 입법들은 임대인이라는 한 날개에만 일방적이고 과도한 희생을 요구해 임대차시장이라는 비행을 추락의 길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