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10일(09:3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굴삭기 분야 선두업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 마무리 되면 현대중공업 계열 굴삭기회사인 현대건설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와 합쳐 국내 1위, 글로벌 5위 건설기계업체로 단숨에 도약한다.
두산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10일 오전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낙점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보고했다. 양 측은 약 2~3주간 추가 협상을 마친 뒤 연말 본계약을 체결해 거래 마무리절차에 나설 전망이다.
거래에 밀접한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거래 초기 현대중공업그룹과 경쟁사였던 유진기업은 각각 7000억원 초반대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만 해도 오히려 유진 측 제시 가격이 소폭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마지막까지 양측과 협상을 이어가며 매각 조건을 유리하게 끌어갔다. 결국 현대중공업 측이 가격을 올려 수정 제안을 제출했고, 유진 측은 초기 제안을 유지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현대중공업 측은 제시 가격 뿐 아니라 자금조달 여력과 인수 후 시너지 등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상장사로 현재 시가총액이 1조7000억원 가량이다. 매각 대상인 두산인프라코어 지분(36.07%)의 시가가 약 6000억원이므로,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을 고려해 약 8000억원~1조원에 이 회사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매각 가격이 얼마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7000억원 후반에서 8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추정된다.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단숨에 두산인프라코어의 인력과 연구개발(R&D)역량, 특허 및 글로벌 네트워킹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중국시장 내에서 영향력이 큰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지도를 활용해 시장 확장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룹 내 상장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의 취약점으로 꼽혔던 굴삭기 엔진 부문 경쟁력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1985년 현대중공업의 중기계 사업부로 시작했으며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 형식으로 독립했다. 현재 상장사로 시가총액은 약 6000억원 선이다. 현대중공업지주 등의 지분율은 36.19%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두산인프라코어(3.3%)와 현대건설기계(1.2%)가 합쳐질 경우, 미국 캐터필러(16.2%), 일본 고마쓰(11.5%), 미국 존디어(5.5%), 중국 XCMG(5.5%), 중국 사니(5.4%), 스웨덴 볼보건설기계(4.6%)에 이은 5위권 업체로 재탄생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는 마지막 고비로 남아 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대상이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국내 굴삭기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한 상황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시장점유율(40%)을 더할 경우 합산점유율은 60%에 달한다.
공정위는 ‘독점규제·공정거래 법률’에 따라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독점으로 간주한다.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독점을 유발할 수 있는 기업결합은 허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동종업체간 결합인 만큼 임직원들의 구조조정 우려도 크다보니 구성원 설득 문제도 과제로 남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건설기계 분야는 수입 제한이 없는 완전자율경쟁 시장으로 가격 결정권이 소비자에게 있어 심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두 회사의 합병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회사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이상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