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한·러 관계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영광스럽게도 한국과 러시아 양국 대학이 석좌교수로 임명해줬습니다. 양국 대학에서 한·러 교류 증진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지난 10월 단국대 석좌교수로 임명된 우윤근 전 주러시아대사(63·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석좌교수라는 분에 넘치는 자리에 임명된 만큼 러시아대사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강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전 대사는 17·18·19대 국회의원에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원내대표까지 지낸 여권 중진 정치인이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에도 국회 사무총장을 지내며 여야 의원들과 꾸준히 관계를 이어왔다. 2017년 10월부터는 약 2년간 주러시아대사를 지낼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연인 우윤근’이 거론되는 이유다.
우 전 대사는 차기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이젠 내 분수를 알아야지”라며 정계 복귀 가능성을 거듭 부인했다. “대학에서 한·러 관계 발전에 기여하는 게 국가적으로도 훨씬 보탬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정치보다 이쪽(러시아 연구)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단국대에서 그는 러시아 정치·문화 분야를 연구하며 내년부터 강의에 나설 예정이다. 주러시아대사를 지낸 경력이 가장 돋보이지만,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도 주한 러시아대사관 법률고문을 맡으며 20년 이상 러시아에 각별한 관심을 뒀던 그다. “러시아가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한국에 너무나 중요한 나라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러시아는 한반도를 둘러싼 4개 열강 중에서 미국 중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고 연구도 부족했어요. 우리 사회가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우 전 대사는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에서도 국제정치학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졸업한 대학으로, 모스크바국립대와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최고 명문대로 꼽힌다. 우 전 대사는 2006년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러시아와 한국 양국에서 석좌교수로 임명되면서 우 전 대사는 내년부터 한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강의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는 한국의 정치와 문화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했고, 단국대에서는 거꾸로 러시아의 정치, 문화를 강의해주길 바란다”며 “양국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관계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교’이자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