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1 시리즈의 일부 제품에 디스플레이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무상 교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디스플레이 모듈 문제로 터치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1년 만에 인정한 것이다.
출시된 지 1년가량이 지났는데도 그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교체에 나선 것이어서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4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디스플레이 터치 인식이 되지 않는 일부 아이폰11 시리즈에 대해 무상으로 모듈 교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애플에 따르면 터치되지 않는 문제로 유상 수리를 받은 사용자는 애플에 환불 문의도 가능하다. 이번 교체 프로그램 대상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 사이에 제조된 제품이며, 교체 기간은 단말기의 첫 소매 판매일로부터 2년 동안 적용된다.
애플은 "극히 일부의 아이폰11 디스플레이가 터치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홈페이지에서 일련번호 검사를 통해 무상 교체 대상인지를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번 교체 프로그램 대상이 "극히 일부"라고 했지만, 업계는 교체 대상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봤다. 미국 포브스는 "올 1월에서 6월 사이 판매된 아이폰11만 해도 4000만대 수준"이라며 "교체 대상은 최소 수백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11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나서야 무상 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늑장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아이폰11에 대한 터치 스크린 문제는 출시 직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리콜(전량 제품 수거)을 비롯한 부품 교체 등은 품질 문제의 제품을 무상으로 교체한다는 의미에서 품질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품질 결함이 발생했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든 소비자 입장에서든 빠르게 이를 인정하고 관련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플의 최근 3년간 교체 프로그램 건수는 11건에 달한다. 주력 제품인 아이폰부터 애플워치, 맥북, 아이패드 등 대상도 다양하다. 다만 대부분이 출시된 지 시간이 상당히 지난 후에야 조치가 이뤄졌다. 특히 애플이 최근 주력 제품에 대한 무상 교체를 진행한 사례를 보면, 모두 출시된 지 1년이 넘어서야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애플은 2018년 11월 아이폰11와 동일한 터치 스크린 오작동 이슈를 겪은 '아이폰X' 디스플레이 모듈 무상 교체 프로그램을 진행한 전례가 있다.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가 출시된 지 꼭 1년만이었다.
당시 애플에 따르면 일부 아이폰X는 디스플레이 모듈 구성요소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디스플레이 터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애플은 아이폰뿐만 아니라 음질 문제를 겪는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도 출시된 지 1년 만인 지난달 30일 제품 교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에어팟 프로는 전체 무선이어폰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는 애플의 '효자 상품'이다.
애플에 따르면 일부 에어팟 프로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운동 중이거나 통화 중 날카로운 소리 또는 잡음이 커지거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사실상 에어팟 프로 전량 교체를 결정했다. 애플은 에어팟 프로 제품 교환을 알리면서 "극히 일부의 에어팟 프로에서 사운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해당 제품은 2020년 10월 전에 제조됐다"고 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