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 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국민청원도 등장

입력 2020-11-27 15:05
수정 2020-11-27 15:22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첫 번째 분기점으로 꼽히는 한진칼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 최종판결을 앞두고 여론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KCGI(강성부펀드)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최종 인수까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우려가 항공업 안팎에서 나온다. 대한항공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이슈가 등장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진행한 심문의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께, 늦어도 다음달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사실상 백지화된다. 기각될 경우 '빅딜' 성사에 속도가 나면서 세계 7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 출범을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이후에도 순탄치 않은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항공업계는 예상한다. 특혜 논란에 대한 주주의 반발과 노조의 반대 등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우선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KCGI를 비롯한 3자 연합의 반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KCGI는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안건을 사유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꾸준히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이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혜 논란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자는 '대통령님 산은의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된 문제점을 바로잡아 주시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금융기관에 재직하고 있다는 청원자가 글을 올린 지 나흘 만에 428명이 참여한 상태다.

청원자는 "국민 혈세로 재벌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는 산은의 결정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등장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구에 빗대 산은의 한진칼 투자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산은이 한진그룹 경영권과 무관한 대한항공에 인수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경영권 분쟁중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증만 고집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반발도 넘어야 할 벽으로 꼽힌다. 인수되는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반발이 가시지 않고 있다. 산은과 한진그룹이 "구조조정은 없다"고 안심시키기에 나섰지만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측은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에서 인수에 반대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다. 다만 앞서 이스타항공 매각 사례에 비춰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공정위가 반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항공업계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상황에서 이미 아슬아슬한 흑자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항공이 빚더미에 오른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자리 보전 명분을 내세운 만큼 산은과 한진그룹 모두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양사 직원이 이미 70%나 휴직 중인 게 현실"이라며 "구조조정을 배제한 합병 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칼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 최종판결을 앞두고 한진그룹, 산은과 사모펀드 KCGI 등 3자 주주연합은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재판부에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발행 외에 대안 존재 여부를 쟁점으로 거론하면서 양측은 대안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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