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1000명 눈앞…경제보다 방역 우선" 전문가들 '경고' [이슈+]

입력 2020-11-26 15:23
수정 2020-11-26 15:3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말 그대로 '대유행'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 더 이상의 급속 확산을 막기 위해선 강화된 방역 조처와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6일 0시 기준 58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382명)보다 무려 201명 늘어나 600명에 육박했다. 신규 확진자 500명대는 올 3월 대구·경북(TK) 중심의 '1차 대유행' 발생한 이후 9개월 만이다.

26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핵심 요인으로 정부의 성급한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꼽았다. 지난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한 게 패착이었다고 꼬집었다.

추가 방역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조만간 신규 확진자가 1000명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방역시스템이 붕괴돼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수 병증 환자가 사망하는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전국적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등 선제적 조치와 일관된 메시지 전달 등 전반적 방역체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3차 대유행이 종전 1·2차 대유행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을 특히 역설했다. "기준 미충족 '1단계 완화' 패착…의료시스템 붕괴 우려"전문가들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한 게 문제가 됐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지난달 당시 2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신규 확진자가 59.4명으로 1단계 완화 기준(50명 미만)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완화 결정을 내렸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 재확산세가 나타난 시기가 이달 10일부터인데, 그 한 주 전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시기"라며 "잠복기를 통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타나는 시기가 7일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 정부는 2차 유행 확산세를 1차 유행 수준으로 떨어뜨리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거리두기를 완화했다. 적용 기간, 적용 기준, 조치 정도 등을 모두 바꾼 상태로 코로나 방역을 지속한 것이 3차 대유행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1단계 완화 조치는 계절적 요인과 해외 사례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결과다. 모임 등이 많은 연말, 그것도 겨울을 앞두고 방역 대책이 거꾸로 간 것"이라며 "차라리 여름에 내리고, 가을에는 단계를 확 올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신규 확진자가 조만간 1000명을 뛰어넘을 것이란 암울한 예측도 내놨다.

천은미 교수는 "속도를 보면 절대 한 주에 100명씩 늘 수가 없다. 일본 사례를 봐도 신규 확진자 수가 100~200명 수준에서 1000명을 돌파하는 것은 금방"이라며 "집단감염이 줄지어 발생하고, 무증상 감염자가 대다수임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군대 항체 검사 0.2%가 그나마 정확한 수치인데 이를 감안하면 현재 12만명 정도가 감염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이혁민 교수도 "지금 재생산지수가 지속 유지된다면 조만간 1000명을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의료시스템 붕괴 문제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현장에선 이미 병상과 의료진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TK에서 2000명가량 환자가 기다리며 사망했던 2차 피해가 코앞"이라면서 "이대로 간다면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고령자 사망, 응급실 사망, 수술 환자 사망 등이 수도권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정부에 지속적으로 선제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한 가장 핵심적 이유가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자는 것인데, 정부가 안 듣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이혁민 교수도 "현 추세로는 병원에 코로나 환자들이 밀려들면서 다른 증상의 병이 발견됐음에도 입원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관련 치사율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병원 전체가 감염되면서 치료 자체를 진행하지 못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전국 거리두기 2단계 격상 필요…K-방역 자신 말아야"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전국적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등의 선제적 조치, 일관된 메시지 전달 등의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오늘부터라도 전국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필요하다. 수도권에서 내일이라도 같은 확진자 추세가 나타나면 2.5단계까지 확실히 올려야 한다"면서 "3차 대유행은 1·2차 유행 당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외국처럼 봉쇄 조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제적'으로 단계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해외 사례처럼 자가진단 키트를 구입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무증상이 많기에 선제검사로 확진자를 찾아내고 생활치료시설을 지자체별로 최대한으로 늘려야 한다"면서 "나오는 치료제를 적극 이용하고 선제적인 검사 체계를 도입하는 등 방역 대응 체계 전반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김우주 교수도 "거리두기 2단계로는 8~9월처럼 50명 이하로는 줄이기 힘들다. 기준을 따지면 어제 전국 단위로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렸어야 했다"면서 "5단계 개편이 이미 느슨해서 문제인데 그것조차 안 지키면 무슨 통제가 되겠나.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도 주문했다. 이혁민 교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정부가 던져야 한다. 거리두기는 1.5단계인데 모이지 말라면서 소비는 하라고 하면 누가 그것을 듣겠나"라며 "방역이 우선이던 무게중심이 과도하게 경제에 쏠렸다"고 짚었다.


이들은 'K-방역'을 과신하기보단 전문가 의견에 보다 귀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굉장히 위험천만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국민 피로감과 경제를 고려해 격상을 미루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제 더 이상 K-방역을 자신할 근거가 없다. 정부가 전문가들 목소리를 들으며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혁진 교수도 "전문가들이 식당에서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지속 언급했음에도 변한 게 거의 없다. 정부는 우리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잘 제어하고 있다는 결과들을 내세우며 사태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방역을 내려놓고 경제에 욕심을 내는 순간 유럽처럼 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천은미 교수 역시 "K-방역은 정부의 대책보다 마스크에 거부감이 적고, 메르스를 통해 높였던 경각심 등의 효과로 본다. 그런데 이젠 그것으로 안 된다"며 "코로나19 확산세를 제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확진자를 빠르게 진단하고 격리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