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최근 중국의 수소연료전지자동차(수소차) 육성 정책에 발맞춰 현지수소 생태계 저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후 장기 부진을 면치 못한 현대차가 수소차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초 열린 제3회 중국 국제 수입박람회에서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를 현지 시장에 처음 공개하고 수소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넥쏘를 전시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중국 주요 도시에서 넥쏘를 시범 운행하고, 2022년에는 수소전기 중형트럭을 출시할 계획이다. 엑시언트와 넥쏘를 선보이며 중국 수소차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 창장 삼각주(상하이·장쑤성·저장성)와 징진지 지역(베이징·텐진·허베이)에 2025년까지 수소전기 트럭 4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차량 판매 뿐 아니라 충전소 운영부터 수소가스 생산까지 수소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현지 파트너사들과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수소차 시장은 중국에서 장기간 부진을 겪어온 현대차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2016년 114만2000여대에 달했던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추락을 거듭해 지난해 65만대로 반토막 났다. 보급형 자동차 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은 현지 제조사들이 포진했고 고급차 시장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해 몸값을 낮춘 수입차 브랜드들 뛰어들며 현대차의 입지가 모호해진 여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차는 전략형 모델, 신차 마케팅 등 각종 쇄신안도 내놨지만 잊혀지지 않은 '사드(고고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여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 정부가 '애국소비'를 장려하면서 저가 현지 브랜드와 고급 수입차 브랜드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극단적으로 저렴한 차' 또는 '누구나 탐낼 고급차'로 양분된 중국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갖춘 현대차의 입지는 마땅치 않았다. 지난달 현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 판매 실적은 4만209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에게 설욕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전기차가 부상했지만, 배터리 기술 한계로 대형 상용차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소전기차가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중국 당국도 대대적인 수소차 개발에 나섰지만,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세계에서 수소차 양산이 가능한 기업은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가 유일하다. 특히 현대차는 2013년 양산형 수소차 투싼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수소트럭 양산체계도 전세계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갖췄다.
올해 7월까지 누적 2879대로 전세계 수소차 판매 1위를 기록, 2위 도요타(439대)를 큰 차이로 따돌렸고 완성차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수소트럭을 양산·수출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소 상용차 보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대차의 손을 잡아야만 하는 이유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한편 연말까지만 시행 예정이던 수소차 보조금은 2022년까지로 연장했다. 수소차에 대한 구매세(10%)를 면제하고 수소차 보급률 목표를 달성한 도시에는 보상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러한 친환경 수소차 시장 확대 수혜는 고스란히 현대차의 몫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가 선도적인 수소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렇게 구축한 이미지는 내연기관 자동차 등 다른 모델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수소차를 비롯한 미래 자동차 기술력을 중국 시장에 선보여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면 향후 제네시스 등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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