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여부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갈라지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7일 한 방송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에 대해 “상대방이 집요하게 공격하는 마당에 이제 와서 사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오히려 상대방의 낙인찍기에 빌미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반대하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사과 전 당내 합의 과정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두 명의 전직 대통령에 대해 “조만간 국민께 사과하겠다”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장과 거리가 있다. 김 위원장은 당초 박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사과를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연내 사과하겠다”고 잇따라 밝혔다.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싸고도 서로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이낙연 전 국무총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관되게 김해신공항 확장을 하겠다고 발표해 왔으나 내년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서 덕을 보려고 무리하게 변경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주요 국책사업의 일관성과 절차 준수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청와대가 가덕도 신공항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총리실에 전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월성 원전 1호기 문제와 판박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 이 사업의 변경이 적절한지 반드시 따져보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조정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김해신공항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강구를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정부가 결론을 낸다면, 부산 신공항에 대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