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法에 '고용안정' 추가한다고 없는 일자리 생기겠나

입력 2020-11-12 17:20
수정 2020-11-13 00:06
여야 정치권이 한국은행 설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이 많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인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이 같은 한은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만큼 개정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충격을 완화할 대책이 시급한 데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의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명시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국은 선진국과 정책환경이 다를뿐더러,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에도 차이가 있어 따져봐야 할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한은이 고용안정을 추구할 때 목표로 삼을 고용지표가 마땅치 않다. 당장 실업률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구직자의 의지가 크게 반영되는 데다 국가 간 편차도 커 적절한 지표가 되지 못한다. 한은이 사용할 정책수단도 부족하다. 한은이 현재 쓸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기준금리 조절뿐인데 이를 통해 고용을 안정시키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설령 정책수단이 보강된다 하더라도 고용과 물가 안정이란 정책 목표 간 상충 문제도 제기된다. 고용안정 목표가 추가되면 한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편향돼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려 사항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은이 고용안정을 정책 목표로 삼는다고 해서 없는 일자리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당면한 최악의 고용악화는 거시경제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비정규직의 강제 정규직 전환과 같은 정부의 노동규제가 초래한 측면이 크다. 여기에 정규직 노조의 강고한 기득권 보호로 인한 노동시장 경직성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막는 주요한 걸림돌이다. 이런 노동시장 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고용안정은 공염불일 뿐이다.

때문에 한은의 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포함시키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와 국회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은 등한히 하면서 한은에 고용안정 책임까지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정부·여당이 최근 전세대란의 원인을 저금리 탓으로 돌리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런 오해를 불식하려면 한은의 정책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기에 앞서 정부와 국회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낡은 노동법규를 개혁하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