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이 보급되면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가 활성화되고 있다. 안경처럼 착용할 수 있는 ‘AR 글라스’도 상용화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AR 기술은 초기 단계라는 평가다. 단순히 현실 공간에 가상 객체를 띄우는 수준이고, 실물과 가상 물체가 서로 겹치는 등 실감나는 연출이 어렵다. 촬영을 위해선 고가의 카메라가 필요하고 야외환경 촬영도 쉽지 않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AR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실시간으로 객체와 배경 3차원(3D) 정보를 추출해 실물과 가상 물체 간 가려짐, 충돌 현상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놨다. 인공지능(AI) 기술로 현실에서 보이는 바닥, 벽, 테이블 등을 인식해 중첩을 없앴다.
AR 콘텐츠에 후각 정보를 연동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시각화된 AR 콘텐츠 가운데 장미, 마늘, 꿀 등 향이 나는 물건이 등장하면 향기를 분사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방식이다. ETRI 관계자는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융합한 AR 콘텐츠로 치매 환자의 뇌 인지 활동을 강화해 이들의 재활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RI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해 AR 콘텐츠를 이용한 치매 환자 후각 검사 프레임워크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ETRI는 또 사람의 시선을 따라 사물을 인식하는 ‘객체 트래킹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R 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장착된 대상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기기를 작동시키는 기술이다. 할리우드의 공상과학(SF) 영화에서 특수장비를 장착한 주인공이 시선에 따라 첨단 기기를 작동하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ETRI는 연내 서울 역삼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AR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다. ETRI 관계자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5G 실감 콘텐츠 서비스 고도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