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에 있는 삼덕개발은 석산에서 화강석을 캐내 건축용 자재로 판매하는 회사다. 화강석은 건물 외벽과 경계석 등 각종 외장재로 많이 쓰이는 품목이어서 회사 매출은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회사 임직원들은 늘 아쉬운 점이 있었다. 석재료를 더 잘게 부숴 자갈이나 모래로 가공하는 골재업이 부가가치도 높고 수요도 많았지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장비 마련이 여의치 않아서였다. 약 10만㎡ 규모의 석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보려 했지만 담보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
올해 초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골재업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모펀드(PEF) 운영사인 E&F PE가 투자 의사를 전해온 것이다.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고 신주도 일부 발행해 회사에 현금을 투입하겠다는 제안이었다. 회사 측이 동의하자 E&F PE는 곧바로 50억원을 투입해 암석파쇄장비(크러셔)를 도입하고 골재업에 진출했다. 기존 대주주는 매각대금으로 받은 자금 일부를 다시 출자해 E&F PE 측과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E&F PE가 석산 투자를 시작한 것은 임태호 대표를 비롯한 창립 멤버들이 대우증권에 재직하던 2014년 초 무렵이다. 환경 규제로 석재 채취가 까다로워진 데다 주요 수입국인 중국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업체들이 영세하다보니 석재를 운반하는 도로를 넓히거나 장비 투자만 제대로 이뤄지면 현금흐름이 뚜렷하게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석골재 분야의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투자 회사들의 수익률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돌 채취 과정에서 나오는 모래(석분)까지 품귀 현상을 보이며 쏠쏠한 부수입이 됐다. 2016년 투자한 대운산업개발에서는 연 16%에 가까운 내부수익률(IRR)을 거뒀다. E&F PE가 투자한 석산은 총 세 곳이다. 현재도 여러 곳의 투자 후보를 놓고 검토 중이다.
PEF의 투자를 받은 석재업체들은 각종 민원 부담도 덜었다. 돌을 파쇄할 때 생기는 먼지가 외부로 새지 못하도록 설비를 갖춰야 하지만 영세업체들은 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주민들과 분쟁이 빈번했다. 출자자(LP)의 감독을 받는 PEF는 준법의무가 필수이기 때문에 현지 공무원들이 견학 올 정도의 환경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석산이 오지에 있기 때문에 현장 직원들의 출퇴근이 불편한 점을 감안해 E&F PE는 투자한 석재회사에 기숙사를 짓고 화장실을 비롯한 편의시설도 보완했다.
E&F PE는 10월 말 기준으로 누적 투자액이 85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중형 PEF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IS동서와 컨소시엄을 이뤄 5000억원 규모 폐기물업체 코앤텍을 인수하는 등 폐기물·건자재·환경 분야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