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中 정부 비판' 화 불렀나…앤트그룹 상장 전격 중단

입력 2020-11-03 23:25
수정 2021-02-01 00:03

중국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진행 중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앤트그룹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앤트그룹의 최대주주가 최근 당국의 보수적 정책 기조를 비판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3일 공고문을 통해 오는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커촹판(중국판 나스닥) 상장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앤트그룹은 이날 홍콩증권거래소에도 상장을 중단한다고 공고했다.

앤트그룹은 상하이와 홍콩 거래소에 각각 16억7000만주의 주식을 상장하면서 318억달러(약 36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작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세웠던 최대 IPO 기록(294억달러)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앤트그룹은 일반공모에서 상하이증시 19조500억위안(약 3200조원), 홍콩증시 1조3100억홍콩달러(약 190조원)에 달하는 청약 신청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상하이거래소는 이번 결정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관리감독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4개 기관이 앤트그룹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인사(마윈)와 회장, 총재 등을 지난 2일 '예약 면담'한 것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이번 조치에 구체적인 기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앤트그룹의 상장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는 분석이다.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이번 사안을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앤트그룹이 상장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조치가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며, 이 규정에 따라 앤트그룹과 보증인은 관련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이뤄졌던 예약 면담의 내용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마윈은 “앤트그룹의 대출과 보험 가입 심사는 인공지능(AI)이 하고 있는 만큼 느슨한 정보기술(IT) 관련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핀테크도 금융”이라는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웨탄'이라고 부르는 예약 면담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업 경영진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다. 국가의 통제권이 강한 중국에서 공개적인 '군기 잡기' 성격을 강하게 띤다.

차이신 등 중국 매체들은 마윈이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 게 문제가 됐을 것으로 해석했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해 중국 경제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당시 “좋은 혁신가들은 감독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뒤떨어진 감독은 두려워한다”며 “현재 중국 금융시스템의 문제는 건전성 문제가 아니라 금융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기능의 부재’”라고 주장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또 지난 2일 앤트그룹의 주력 분야인 소액대출 사업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새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앤트그룹은 금융당국의 면담 발표 직후 “관리·감독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