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퍼지고 있는데 벌써 독감 유행철로 접어들고 있다.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본다.”(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경제가 다시 추락할 것이란 경고음이 들리는 건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미 대선 직후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각국 증시가 줄줄이 급락했다. 백신 없는데 재확산 속도 빨라기온이 떨어지면서 유럽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의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 4~5월 대비 최고 10배 이상 많다. 6~8월만 해도 방역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지난달부터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및 보급마저 늦어지자 재봉쇄 외엔 방법이 없다는 게 각국 정부의 설명이다.
30일부터 최소 한 달간 전국 봉쇄에 들어가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 조치가 불충분했다”며 방역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다만 이번엔 지난 3∼5월과 달리 보건 수칙을 따른다는 전제로 공장·농장 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생필품 구매나 병원 방문 등을 예외적으로 허용하지만 방역 요원이 요구하면 이동증명서를 보여줘야 한다.
다음달부터 경제활동 부분 봉쇄에 들어가는 독일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도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국가적인 보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행동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26일부터 식당·주점의 영업시간을 저녁 6시까지로 제한하고, 영화관·헬스클럽·극장 등을 폐쇄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시카고 식당의 실내 영업을 금지했고, 뉴욕주 역시 확진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에선 소비 침체 조짐 확연유럽에선 경기 둔화 조짐이 역력하다. 체감 경기를 반영하는 IHS마킷의 10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전달의 50.4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 하강 우려가 높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의 서비스업 PMI는 2개월 연속, 독일의 경우 4개월 연속 둔화됐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10월 서비스업 PMI는 6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돈 49.9에 그쳤다.
각국의 이번 재봉쇄 조치로 더 큰 폭의 경기 후퇴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유럽 경제는 올 상반기 코로나 1차 확산 때 큰 타격을 입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분기 -5.8%, 2분기 -13.8%(각 전 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의 성적표였다. 산제이 라자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강력한 봉쇄 조치는 완전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미 대선 후 혼란 가능성 커져혼란스러운 미국 정치 상황도 글로벌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경제·증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대선 투표 결과가 박빙으로 나오면 양측 후보가 불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로이터·입소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지지자의 43%, 트럼프 지지자의 41%는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면 승복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지율에서 뒤지는 트럼프 역시 우편투표의 부정 가능성을 들어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 1월 20일 차기 대통령 취임식 때까지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업체인 내셔널홀딩스의 아트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증시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내년 1월까지 부양책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2분기의 침체를 딛고 3분기에 반짝 상승했던 세계 경제가 마지막 분기에 다시 고꾸라질 경우 1980년대 초 석유파동 이후 약 40년 만에 더블딥이 현실화하게 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김정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