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자산 대응 전략은?

입력 2020-10-29 17:46
수정 2020-10-30 09:28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대선 결과 시나리오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대형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존 하디 전략가가 28일(현지시간) 관련된 분석자료(사진)를 내놓았습니다.

존 하디 전략가는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근소한 차로 재선에 성공하고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확률을 5% 미만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경우 미국 달러 가치는 대선 직후 지금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동안 바이든 승리 가정하에 눌려있던 달러가치가 소폭 반등한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러 약세가 다시 나타날 것으로 봤습니다. 하원은 여전히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공급측개혁(supply-side reform)'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결국 미국 달러 강세 현상은 빠르게 사그라들 것이고 신흥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약세 현상이 펼쳐질 수 있다고 그는 전망했습니다.

금이나 원자재는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입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안전자산인 금과 관련 원자재 가격을 올릴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주식시장은 처음에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주식 시장이 횡보할 가능성도 염두했습니다. 채권은 수익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상승폭은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하는 경우보다 낮을 것으로 봤습니다.

삭소뱅크는 바이든이 승리하지만 민주당이 상원 확보에 실패할 확률을 20% 미만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기차 탈선 시나리오와 같다고 하디 전략가는 평가했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대선 결과를 놓고 불복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공화당이 '초토화전술(scorched earth)'을 택할 가능성입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 하에 공화당 상원이 보여줬던 모습과 비슷합니다. 2022년 공화당의 상원 재탈환을 위해 경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얘깁니다.

달러는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입니다. 미국 상원이 공화당에 장악된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는 적자를 감수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 폭도 커질 전망입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 가격에는 부정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다시 금값이 랠리를 이어가기엔 쉽지 않다는 전망입니다. 주식시장은 변동성을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채권 수익률도 장기 횡보할 것으로 하디 전략가는 내다봤습니다.

바이든이 승리하면서 민주당이 상원에서 매우 근소한 차로 이길 확률은 25%로 삭소뱅크는 예상했습니다. 이 경우 시장 변동성은 전반적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바이든이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적극적 재정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재선을 걱정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달러 약세로의 흐름은 주춤할 전망입니다. 시장은 달러 약세를 야기할 수 있는 바이든의 공약들이 제대로 실현될지 지켜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과 원자재 가격은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녹색 에너지와 관련된 종목들이 고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디 전략가는 진단했습니다.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하는 시나리오보다는 성장주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입니다. 채권 수익률은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삭소뱅크가 전망한 가장 확률 높은 시나리오는 바이든이 대권을 잡고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는 경우로 50%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23석 확보에 그칠 경우인 블루웨이브 시나리오 확률은 30%,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블루쓰나미 시나리오 확률은 20%라는 설명입니다.

이 경우 민주당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더 많은 법안과 의료 개혁, 독점 방지법안, 강력한 녹색 에너지 정책 시행 등을 종합적으로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삭소뱅크는 진단했습니다. 이 경우 달러는 재정지출 영향으로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커집니다. 금과 원자재 시장에는 긍정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녹색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석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미래 현금 흐름이 양호한 성장주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습니다. 가치주의 수익성은 개선할 전망입니다. 채권 수익률도 고용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수준까지 도달해 연준이 개입할 정도가 아니라면 추세적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삭소뱅크는 내다봤습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