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아차, '9년 지기' 한국여자오픈 후원 손 뗀다

입력 2020-10-22 17:14
수정 2020-10-23 03:07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가 내셔널 타이틀 골프대회인 한국여자오픈과의 9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22일 복수의 골프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아차 측은 최근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에 “재계약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기아차 내부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전략 변경에 따라 (기아차가) 전통 스포츠 후원 분야에서 손을 떼고 다른 종목을 찾아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택과 집중’ 나선 기아차 기아차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서도 큰손 역할을 해왔다. 한국여자오픈을 여는 KGA와 3년 단위 후원 계약을 맺으며 올해까지 9년간 한국여자오픈을 후원했다. 한국여자오픈은 매년 30억원 정도가 투입되는 메이저 골프 대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선 2010년부터 기아클래식을 개최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대회는 3월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9월로 연기됐다가 결국 내년으로 미뤄졌다. 내년 대회 종료 후 기아차와 LPGA 측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기아차의 국내 골프 대회 후원 중단은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2008년부터 공식 차량 스폰서로 참여한 미국프로농구(NBA)와는 당분간 함께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스포츠마케팅업계 관계자는 “기아차가 NBA와 재계약 협상을 하고 있다”며 “10년 넘게 NBA와 함께 성장한 기아차가 농구가 가진 역동적이고 젊은 이미지와 이에 따른 홍보 효과에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달 기아차는 북미 전략형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로만 8829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면서 출시(지난 2월) 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에선 미국프로풋볼(NFL) 하프타임 광고 등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매년 1000억원 이상을 국내외 스포츠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폰서 잃은 한국여자오픈 ‘비상’초대형 스폰서를 잃은 국내 골프계는 비상이다. 60년 넘게 열어온 코오롱 한국오픈(남자대회)을 올해 처음 취소한 KGA는 여자대회 스폰서마저 지키지 못하게 됐다. 국내 골프대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메인스폰서는 대회 총상금 규모의 2~3배 되는 금액을 후원한다”며 “코로나19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해까지 총상금 10억원 규모로 열어온 한국여자오픈에 선뜻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겠다는 기업을 찾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여자골프의 인기와 홍보 효과가 큰 만큼 대체 스폰서를 구할 것이라는 낙관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업계 전체가 얼어붙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메이저 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여자오픈은 메이저대회라는 권위와 전통 때문에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또 다른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서브 스폰서를 끌어들이는 등 대회 후원 방법은 다양하다”며 “내년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상황 반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