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독한 인사' 예고편…롯데쇼핑 기획총괄 첫 외부인사

입력 2020-10-19 17:24
수정 2020-10-20 02:43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그룹 부회장)는 지난 14일 뜻밖의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19일부로 롯데쇼핑 헤드쿼터(HQ, 본부)의 기획전략본부장(상무)에 ‘1970년대생, 외국계 컨설팅 회사 출신’ 임원을 선임한 것이다.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등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본부의 ‘두뇌’ 격인 자리에 외부 인사를 기용하기는 롯데쇼핑 사사(社史)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상 중인 연말 ‘독한 인사’의 서막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정경운 신임 쇼핑HQ 기획전략본부장(사진)이 서울 소공동 사무실에 첫 출근한 날은 12일이다. 정식 발령일에 앞서 HQ 소속 본부 및 HQ가 관할하는 5개 사업부의 임원들과 미리 인사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집무실이 있는 강 부회장이 소공동으로 넘어와 직접 상견례 자리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HQ 직원들에게도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 신임 본부장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HQ의 주요 업무에는 쇼핑사업 구조조정, 신사업 개발, e커머스(전자상거래) 방향 정립 등이 있다”며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좀 더 전문적이고 새로운 발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외부 출신 임원이 안착할 수 있도록 강 부회장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룹 내부에선 이번 인사를 변화의 바람이 본격화할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올초 신설된 쇼핑HQ의 첫 기획전략본부장은 백화점에서 오래 근무한 롯데 공채 출신이었다”며 “역대 백화점 기획전략본부장들도 이원우 전 롯데물산 총괄대표 등 100% 롯데 공채 출신이 맡아왔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연말 그룹 임원 인사와 관련해 파격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약 4년간 사법 리스크 등에 시달리면서 사실상 경영 공백이 발생했는데 이때 디지털로의 과감한 전환을 놓친 것에 화가 많이 나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 부회장이 정 상무를 발탁한 건 그룹 핵심인 쇼핑 부문부터 대수술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다. 신세계그룹만 해도 지난해 10월 농림수산식품부와 베인앤컴퍼니를 거친 강희석 대표를 이마트 수장에 앉히고, 지난 12일 정기 인사 땐 강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까지 겸직시켰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인 정 상무는 2017년부터 동아ST의 경영기획실장 등을 지내며 회사 경영을 정상화한 점이 발탁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 투자를 효율화하고, 비핵심 사업을 분사시키며 2016년 148억원이던 동아ST 영업이익을 지난해 570억원으로 개선했다. 강 부회장은 HQ 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정 상무에 대해 “유통 경험은 없지만 전략적인 기업 경영을 많이 한 분으로 우리 조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