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적금 있었다면, 밀레니얼에겐 해외주식 있다

입력 2020-10-16 17:18
수정 2020-10-16 23:54
‘라떼는’ 적금으로 재테크를 시작했다. 취직하면 모두 적금부터 들었다. 당시엔 별 느낌이 없었지만 요새와 비교하면 금리가 짭짤했다. 1~2년짜리 적금을 많이 들었고, 3년짜리 적금을 붓기도 했다. 월급통장 자동이체라서 적금 들고 난 뒤엔 별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만기 때 목돈을 찾으면서 느꼈던 성취감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모은 목돈을 다시 정기예금에 넣는 사람이 많았다. 종잣돈이 쌓이면 전셋집을 구하거나 대출을 보태 집을 장만했다.

사실 이런 스토리는 ‘라떼는’보다 이전 세대부터 일반적이었다. 그만큼 오랫동안 재테크가 단순했다. 이에 비해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가. 저금리 탓에 같은 금액을 모으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거기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은 도전 의지를 품는 것조차 불가능할 지경이다. 이제 밀레니얼에게 유일한 방법은 주식 투자다.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는 관심 없다. 오직 직접 투자다.

주식으로 목돈을 만들어 내 집 장만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전략은 나쁘지 않다. 올 3월 저점 이후 반등장에선 수익이 쏠쏠해 ‘이런 식이라면 꿈이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커졌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2400선 근처에서 상승 탄력이 떨어지고 성장주 급등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에 단타 성향이 강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주식 투자를 ‘라떼는’의 적금처럼 접근해보면 어떨까. 특히 해외 주식 적립식 투자를 고려하면 좋을 듯싶다. 미국 대선 전후 변동성 장세가 예상되긴 하지만, 내년 말까지 미국 경기 사이클이 상승 국면이므로 미 증시가 좋은 흐름을 보일 거란 전망(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적립식 투자라면 테슬라, 애플처럼 국내 투자자가 이미 많이 투자한 주식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종목을 원한다면 최근 한국경제신문 유튜브 ‘돈도썰(돈 불리는 데 도움 되는 썰)’ 인터뷰에 출연한 애널리스트들의 추천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바이오 기업 ‘베이진’을 추천한다. 신약의 가치가 가장 크게 뛰는 때는 임상2상 결과가 나올 즈음인데, 베이진은 임상1상을 많이 진행하고 있어 임상2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2~3년 뒤에 수익률이 극대화될 거라는 설명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 ‘질로우’가 부동산시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최대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질로우는 방대한 데이터로 집값을 평가한 뒤 저평가된 주택을 매입하고 인테리어로 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전형적인 프롭테크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는 평가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세계 최대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스트럭처 리츠인 ‘아메리칸타워’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19세기 골드러시 당시 금광에 몰린 사람에게 청바지를 팔아 돈을 번 리바이스와 닮았다는 주장이다. 5G가 보편화될수록 거대한 통신탑을 대거 보유한 아메리칸타워가 통신회사들로부터 받는 임대료가 증가하는 구조라서다.

이 밖에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유망한 해외 주식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있다. 해외 주식 적립식 투자를 마음먹었다면 이런 정보를 잘 가려서 적절하게 분산 투자해야 한다. 베이진, 질로우, 아메리칸타워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수년짜리 적금을 붓듯 해외 주식에 투자해 목돈 마련에 성공한 뒤 다음 세대에게 ‘라떼는 말이야’라고 해외 주식 투자 경험을 얘기할 때를 기대해본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