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를 내릴 여력이 크지 않은 데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극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8월 한은 전망치(-1.3%)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빠르게 치솟는 국가채무를 관리하기 위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적완화 도입 계획 없어”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지만 그동안 펼친 통화·재정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했다”며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올초 연 1.25%이던 기준금리를 3월 0.50%포인트, 5월 0.25%포인트 인하하며 사상 최저인 연 0.50%까지 끌어내렸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상당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자본유출이나 유동성 함정 우려가 없는 금리 수준의 하단)에 닿았다는 분석도 많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또 내리면 기준금리는 연 0.25%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연 0~0.25%) 상단과 같아져 외국인 투자금 유출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든 만큼 국채 매입에 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 5조원어치를 연내 매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24일 국채 2조원어치를 매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총재는 이날 “국채의 수급 불균형이 확대되거나 장기금리가 오르는 등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국채 매입 등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한은의 채권 매입 대상을 (회사채 등으로) 넓히거나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양적완화를 도입할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올 성장률 -1.3% 수준”이 총재는 이날 치솟는 국가채무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는 “국가채무 급증으로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가채무 통제를 위해 최근 재정준칙을 도입하기로 발표한 것과 관련해선 “저출산·고령화 진전으로 연금과 의료비 등 의무 지출이 급증할 것인 만큼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날 한국의 성장률을 -2.1%에서 -1.9%로 상향 조정한 데 대해서는 “지난 3분기 코로나19 재확산에도 각국이 전면적 경제 봉쇄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올 한국의 성장률은 8월 전망치인 -1.3%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