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택배 배송업무를 하다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숨진 택배 노동자 A(48)씨를 추모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12일 서울 노원구 을지대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렸다. 최근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이어지면서 대책 마련 촉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A씨가 있던 대리점은) 지난 여름 A씨를 포함해 택배기사 13명을 모아 놓고 산업재해 적용제외신청서를 쓰게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택배기사는 산재보험 대상인 14개 특수고용직종에 포함되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보험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은 보험료 부담을 기피하는 사업주의 요구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였던 A씨는 지난 8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업무를 하던 중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는 약 20년 경력의 택배기사로 매일 오전 6시30분께 출근해 오후 9~10시께 퇴근하며 하루 평균 400여개의 택배를 배송했다.
올해 과로사한 택배노동자는 A씨를 포함해 총 8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 과로사가 없게 하자던 시점이었는데 현장에선 이렇게 참담한 현실이 있었다"며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추석기간 분류작업에 인력투입을 요구하자)고인이 일하던 터미널은 분류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40만원을 내게 했다"며 "고인은 아침 7시부터 출근해 분류작업에 나서야 했다고"고 덧붙였다.
이어 대책위는 이날부터 2주간 A씨를 추모하며 토요일은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을 앞둔 지난달 14일 택배기사들의 과로 문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달 22일 국무회의에서는 "정부 각 부처는 코로나 감염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여져 있는 필수 노동자들에 대해 각별히 신경써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달 6일 필수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 상태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