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성매매 피해자→피의자…헌재가 뒤집어 "기소유예 취소하라"

입력 2020-10-11 10:17
수정 2020-10-11 10:19

성매매를 강요당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에도 뚜렷한 반대 증거 없이 성매매 혐의를 적용한 검찰 처분에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다.

헌법재판소는 태국인 여성 A 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헌재에 따르면 A 씨는 태국식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기 위해 취업 알선자가 보내준 항공권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알선자를 따라간 곳은 정상적인 마사지 업소가 아니라 성매매가 이뤄지는 퇴폐 마사지 업소였고, 알선자는 A 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소개비를 갚을 다른 방법이 없던 A 씨는 결국 네차례 성매매를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A씨의 성매매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고, A 씨는 자신은 피해자라며 처분에 불복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 씨의 경제적 여건, 언어장벽 등을 고려하면 A 씨가 알선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발적인 성매매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A 씨가 성매매 직후 방콕으로 출국하려다 알선자에게 잡혀 감금된 점, A 씨가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마사지 업소 주인이 인정한 점에 비춰 성매매 피해자라는 A 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헌재는 검찰이 이런 정황을 무시하고 A 씨에게 범죄 혐의를 두고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이는 A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성매매 혐의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성매매 피해자임을 주장하면 이에 반대되는 증거를 검사가 수사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