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곳곳에서 삐걱대는 한국 외교, 왜 이러나

입력 2020-10-07 17:45
수정 2020-10-08 00:16
그제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Quad) 그룹 회의는 고립된 한국 외교의 현주소를 재차 확인해 주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역내 4개국 외교수장이 모여 대(對)중국 견제와 북핵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는 자리에 한국 외교장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최우선 관심사인 북핵 논의에 한국이 빠진 것은 ‘외교 실종’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과 주변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동아시아 질서 재편에서 한국의 국익이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 태평양을 건너와 쿼드 회의에 참석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스가 일본 신임총리와 두 차례 회동하면서도, 예정했던 한국 방문은 전격 취소했다. 우려하던 ‘코리아 패싱’의 노골화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쿼드에 한국 등을 추가해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구상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직설화법으로 비판해 왕따를 자초했다.

중립국을 자처하는 듯한 외교부의 튀는 행보가 치밀한 전략 아래 수행되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 고위인사가 지난달 방미해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대해 미국에 협조를 요청했다가 즉각 거절당한 데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외교가 실종된 자리는 내부 소란과 가십거리로 채워지고 있다. 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성추행 사건에 이어 나이지리아·미국 LA 공관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터져 망신살이 뻗쳤다. 이런 와중에 외교수장은 외교가 아닌, 배우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대서특필됐다.

세계는 빠르게 신(新)질서로 질주하는데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쪼그라드는 형국이다. 미국과는 데면데면하고, 일본과도 꽉 막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밑도 끝도 없는 ‘북한 편들기’로 EU와도 소원해졌다. 왕이 중국 외교장관의 이달 방한이 갑자기 연기된 것을 보면 중국에도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가 의문이 든다. 올해 한국 외교수장의 해외방문은 5개국에 그쳤다. 그나마 상대국 외교수장과의 양자회담은 2개국(독일 베트남)에 불과하다. 국내에서의 패싱도 만만찮다. 외교부 장관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청와대 긴급관계장관회의 개최를 언론보도를 보고 알 정도다. 도대체 한국 외교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