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06일(11:1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두산퓨얼셀 지분 20% 가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하려 했으나 절반 밖에 팔지 못했다. 두산퓨얼셀의 가격대가 지나치게 높다는 기관투자가들의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퓨얼셀은 6일 최대주주인 (주)두산의 특수관계인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9인이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560만주(10.09%)를 이날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박 회장 등은 전날 장 마감 후 종가(4만3250원)에 13~18% 할인율을 적용해 최대 19.7% 보통주 및 우선주에 대한 블록딜을 하기로 하고 기관들을 대상으로 일제히 수요 예측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팔린 것은 이 중 보통주 10.09% 뿐이었다. 매각 단가는 18% 할인율을 적용한 3만5465원이었다.
(주)두산(16.78%), 박 회장 등 두산그룹 오너 일가 32명과 동대문미래재단, 두산연강재단(7.22%) 등 특수관계인은 보통주 기준 두산퓨얼셀 지분 65.08%를 갖고 있었으나 이번 블록딜로 지분율이 54.98%로 낮아졌다. (주)두산이 보유한 지분은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 회장 등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퓨얼셀 지분 44% 가량을 몽땅 두산중공업에 증여하지 않고 일부는 증여, 일부는 매각을 택한 것은 해당 지분에 대한 주식담보대출 등을 상환할 자금이 필요해서다. 매각 대금을 받아서 주식담보대출을 깨끗하게 한 뒤에야 증여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블록딜에서 목표 물량의 절반 밖에 소화되지 않은 탓에 추가 블록딜이 한 차례 더 실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관들이 두산퓨얼셀의 블록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해 추가 상승 여력이 높지 않은 데다, 오는 12월 3만4200원대에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어 5일 종가에 10%대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을 크게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초까지 1만원 아래에서 맴돌던 두산퓨얼셀 주가는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과 수소경제 확대 계획 등이 맞물려 지난 4월부터 급격히 10배 이상 뛰었다. 지난달 8일에는 6만2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6일 오전 11시 기준 블록딜의 영향으로 약 12% 빠진 3만8000원대에서 주가가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박 회장 등은 지난달 4일 주식 증여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 증여는 12월말까지 시간을 두고 이행하겠다고 공시했다. 두산퓨얼셀이 오는 12월2일 342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한 가운데, 증자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기준일도 오는 14일에서 28일로 2주 늦춰졌다.
역시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솔루스 매각을 완료할 때까지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할 자금이 필요한 것도 블록딜 이유 중 하나였다. (주)두산과 박 회장 등은 지난달 동박과 전지박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 지분 52.9%를 6986억원에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팔기로 계약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