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산업위험]①식품 업계, 빛 보는 해외 투자…두터운 HMR 수요층 확보

입력 2020-09-25 09:22
수정 2020-09-25 09:24
≪이 기사는 09월23일(06:4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장기화로 기업의 신용 위험이 커지고 있다.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신용등급의 무더기 강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구조조정 및 자본확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산업별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신용평가와 재무지표를 바탕으로 전망해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가 식품 업체들의 신용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정 간편식(HMR) 생산 기반과 해외 유통망을 갖춘 식품 업체들의 실적 개선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해외 사업과 HMR 생산능력 확대에 공을 들여온 식품 업체들의 투자 성과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오뚜기, 동원 F&B, 농심 등 6개 식품 업체의 올 상반기 영업실적이 가공식품 부문과 해외 수출 증가로 개선됐다. 특히 CJ제일제당, 풀무원, 농심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판단이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HMR 시장에서 시장 지위가 높고 생산 능력이 충분하다는 데 있다.

이동은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들 업체는 해외 생산과 판매 기반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며 "투자에 대한 성과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식품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6년부터 HMR과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국내 경쟁 심화와 연이어 지연되는 해외 투자 성과로 수익성만 나빠졌다.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악화했지만 식품의 필수재적인 특성 덕분에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 이어졌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가정식 수요가 크게 늘었다. 외식·급식 부문과 기업 간 거래(B2B) 식자재 부문의 매출 비중이 큰 업체들이 고심하고 있는 반면 HMR·라면 등 가공식품 사업 매출 비중이 큰 업체들의 외형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최근 국내 식품 산업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HMR 시장 확대다. HMR은 샌드위치, 김밥, 김치처럼 가정에서 간단하게 섭취 가능한 즉석 식품류를 말한다. 더 넓은 의미로는 가열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라면, 피자, 만두 등도 포함한다.

식품 업계 대기업들은 HMR 성장세에 맞춰 설비 투자와 다른 업체 인수 등을 통해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 생산 비중이 높던 냉동 간편식의 대기업 점유율(6개 업체 기준)은 2016년 43.5%에서 2019년 1분기 71.0%까지 상승했다. 대기업들은 다양한 제품 판매를 위해 안정적인 생산능력과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에 일부 제품을 위탁해 생산하고 있다.

6개 업체들의 올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은 모두 확대됐다. 30%까지 올라왔다.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의 인기 영향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고조된 덕분이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발 빨라진 사업 구조 변화가 식품 업체들의 신용도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품 업체들의 외형이 올 상반기 대비 줄어들고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HMR의 사용 경험이 증가하면서 수요층이 두터워졌고 식품 업체들도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사업 확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