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신용도 방향성 전환을 위한 조건

입력 2020-09-23 17:40
수정 2020-09-23 17:43
[09월 23일(17:40)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도 방향성을 바꾸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진단이 나왔습니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8부 능선을 넘었다'는 등의 시장 평가와 다소 상반되는 평가인데요.

한국기업평가는 "현재까지 진행 경과와 성과는 단기적으로 신용도 하향 압력을 완화하겠지만 신용도 방향성 전환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판매 증가, 두산밥캣의 실적 호조, 두산 사업실적 개선 등으로 수년간 영업수익성이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계열사의 대규모 비경상손실 발생으로 순이익은 흑자와 적자를 반복해왔습니다.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금융비용 관련 지표도 열위한 수준을 나타냈고요.

사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지난해 2분기를 고점으로 실적 저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판단입니다. 실적 저하의 주된 원인은 두산중공업의 사업 기반 약화고요. 이 때문에 두산그룹은 신용도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의 신용도엔 두산중공업이 큰 역할을 합니다. 중간지주회사로 지배구조상 중요성이 높은 까닭이죠. 올 들어 플랜트 부문의 영업적자와 국내 건설기계 판매 부진이 맞물리면서 두산그룹의 매출·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당초 실적 하락 예상치 보다 더 좋지 않은 성적표를 나타냈답니다.

코로나19에서 촉발된 금융 경색으로 두산중공업에 대한 유동성 부족 우려가 불거졌고 일단은 국책은행의 긴급 자금 지원으로 위기가 봉합됐습니다. 국책은행은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했고,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수립했습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클럽모우CC·네오플럭스 매각을 완료했습니다. 이달 초엔 두산솔루스지분·모트롤BG 매각과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두산퓨얼셀 지분 무상증여를 발표했고요. 지난 21일엔 두타몰 매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총 2조3986억원을 조달할 전망이랍니다.

다만 발표된 재무구조 개선안을 반영해도 부채비율은 262.4%, 차입금의존도는 39.9%로 계산됩니다. 재무안정성이 여전히 불안한 수준이죠. 두산그룹은 올 상반기 6170억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영업실적 저하 탓이죠. 잉여현금흐름(FCF)은 7232억원 적자를 냈고요.

한국기업평가는 "자산 매각에 따라 경상현금흐름이 줄고 이익 가변성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사업 경쟁력 회복과 영업실적 개선이 수반되지 않으면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두산그룹의 신용도 방향성 전환을 위한 조건을 설명했습니다. 우선 두산중공업의 성공적 사업 전환과 영업실적 개선입니다. 물론 신사업의 가시적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도 불확실성이 있지만 말입니다.

김 연구원은 "사업 전환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불확실성이 높다면 장기간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현재까지 발표된 재무개선 방안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주요 계열사 구조조정 성과와 실적 개선 여부에 대한 관찰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