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찾아간 박용만…설득 안통한 '10분 만남'

입력 2020-09-22 17:43
수정 2020-09-23 01:45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양당 대표들은 “경제계의 목소리를 감안하겠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나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자꾸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라며 “정치권에서 (입법을 추진)하시겠다는 말만 나오니까 여야가 합의하면 일사천리로 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점과 보완점을 터놓고 얘기할 장을 마련해 주시면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한국 경제에 큰 손실이 올 수 있는 법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며 심의하는 과정에서 (재계 우려를) 잘 반영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 그는 박 회장과의 면담 후 별도 브리핑을 통해 “나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만든 사람”이라며 “그때는 지금 법안보다 더 강한 공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자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어느 정도 접점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10분 만에 끝났다. 박 회장이 관련 법 개정에 대해 김 위원장의 협조를 구했지만 설득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박 회장과 면담한 이 대표도 김 위원장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경제계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는 데 동의할 거라 믿는다”며 “입법을 추진하면서 경제계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방향으로 어떻게 성공적으로 갈 것이냐의 방법을 찾는 데 경제계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야당과도 충분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통은 하겠지만 법안 처리를 철회할 뜻은 없다는 의미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이날 여야 대표의 면담 결과에 대해 “진일보했다”고 자평했다. 경제계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국무회의를 통해 정부안을 확정했을 때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는 얘기였다. 그는 “오늘의 면담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기회가 될 때마다 경제계가 어떤 걱정을 하는지 여야 양측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송형석/김소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