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맨' 트럼프, 틱톡 흔들어 2만5000개 일자리 챙겼다

입력 2020-09-20 15:09
수정 2020-12-19 00:01
“미국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매년 수십억달러의 세수가 늘어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19일(현지시간)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과 미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제휴안을 승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1억 명에 이르는 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며 틱톡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하지만 미 대선(11월 3일)을 6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란 성과를 이끌어내며 틱톡과 오라클의 제휴를 전격 승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전형적인 ‘비즈니스맨 기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틱톡 미국 본사 텍사스에 설립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틱톡과 오라클, 월마트 등은 틱톡의 미국 사업 등을 총괄하는 ‘틱톡글로벌’이란 회사를 텍사스주에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회사는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2만5000명을 고용할 것”이라며 “오라클과 월마트가 감독하게 되며 중국과 무관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00% 안보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가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는 오라클이 틱톡 운영 소스코드를 검사하는 권리를 갖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용자 정보가 중국에 유출되는지를 미국 측이 감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가 틱톡글로벌 이사로 참여하는 등 이사진 과반은 미국인이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새 회사는 청년 등을 위한 교육기금으로 50억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틱톡글로벌이 세워지는 텍사스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주(55명)에 이어 두 번째(38명)로 선거인단이 많은 곳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이지만 최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바짝 따라붙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글로벌의 일자리 창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도 텍사스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지지한 오라클 수혜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인 래리 엘리슨 회장이 이끌고 있는 오라클에 틱톡 제휴를 승인해주며 혜택을 줬다. 엘리슨 회장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위한 모금 행사를 열었으며 4월에는 백악관의 경제 회생 자문단 멤버로 참여했다. 또 새프라 캐츠 오라클 CEO도 트럼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다.

오라클이 틱톡의 유력 협상 대상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이번 제휴를 이끌어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준 영향이 컸다. 오라클은 앞으로 틱톡 관련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 아마존, MS 등과 본격 경쟁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美 절반의 승리” 분석도이번 틱톡 협상은 미국에 절반의 승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틱톡글로벌 지분 80%가량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오라클은 이날 성명을 통해 틱톡글로벌 지분 12.5%를 보유한다고 밝혔다. 또 월마트는 틱톡글로벌 지분 약 7.5%를 차지하면서 전자결제, 전자상거래 사업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나머지 약 80%의 틱톡글로벌 지분은 바이트댄스가 보유한다. 다만 바이트댄스 지분의 40%가량은 미국 투자자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틱톡글로벌에 미국 기업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제휴 승인에 따라 미 상무부는 앱스토어에서 틱톡 앱 제공을 20일부터 금지하기로 한 조치를 1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앞으로 틱톡과 오라클의 최종 협상 결과에 따라 이 조치는 바로 폐기될 수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20일 밤 12시부터 미국에서 다운로드 등이 중지될 운명이던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연방법원의 제동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위챗 금지가 이를 이용하는 중국어 사용 미국인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한 ‘위챗 이용자 연합’의 행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