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마다 기부왕이었던 버핏, 올해 대선에서는 '침묵'

입력 2020-09-14 10:22
수정 2020-10-01 00:32

미국 대선 때마다 공개적으로 지지 후보를 밝혀 왔던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번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 회장의 ‘한 마디’가 치열한 경합지역인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그의 속내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현지시간)까지 버핏 회장은 이번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과거 대선에서 버핏 회장은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후원자로 나서며 비공식 경제고문 역할까지 했다. 2016년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오랜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그는 현재까지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내온 버핏 회장이지만 지난해부터는 단 한 푼도 정치인이나 정당을 위해 지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공화당 지지자로 탈바꿈했다고 보기에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다. 버핏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버핏 회장의 딸인 수잔 버핏은 민주당에 기부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버핏 회장이 공개적으로 본인 행보를 드러내는 것을 더욱 꺼리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나마 버핏 회장이 꼬박꼬박 참석하던 벅셔해서웨이의 정기주주총회도 올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버핏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및 세계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버핏 회장의 투자감각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만일 버핏 회장이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이 지역의 대선 ‘표심’에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버핏 회장은 이 지역의 최고 유명인사로 상당한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버핏 회장이 살고 있는 네브래스카주 선거구는 매번 대선 때마다 치열한 경합지였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는 2%포인트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가 최근 오마하에 방문하는 등 공화당은 이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