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국가채무비율 50→100%…美, 고작 10년 걸렸다

입력 2020-09-14 09:01
미국의 내년 국가채무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75년 만에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 이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웃도는 ‘빚쟁이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대거 늘렸지만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치고 세금 수입까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재정 곳간을 적자국채를 발행해 메우다 보니 채무비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1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 연방정부 채무가 21조9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올해 98.2%인 국가채무비율은 1년 뒤 104.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1946년(106%) 이후 처음으로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또 넘을 것이란 설명이다.

경기 하강을 막으려고 ‘코로나 지원금’ 등 정부 지출을 늘린 게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올 3월 17조7000억달러였던 총 채무는 3개월 만에 15.8%(2조8000억달러) 급증했다. 이에 비해 4~7월 세수는 작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전국적인 경제 봉쇄령 탓이다. 그 결과 올해 재정적자가 3조3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CBO는 분석했다. 작년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채무비율 증가 속도는 특히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2008년 35.2%였던 국가채무비율은 금융위기 후 2010년 52.3%로 급등한 뒤 2013년 70.3%로 치솟았다. 이후 작년까지 77.4%로 완만히 상승하다가 올해 98.2%로 급등할 것이란 게 CBO의 예상이다. CBO는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10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뒤 2030년 109%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그리스와 달리 미국의 국가채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세계 경제가 기축통화인 달러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데다 ‘경제 패권국’인 만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뉴욕=조재길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