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M&A' 루이비통, 티파니 인수 무산 수순

입력 2020-09-10 07:44
수정 2020-12-08 00:00

세계 최대 명품업체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의 미국 보석회사 티파니 앤드 컴퍼니(이하 티파니) 인수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로이터, A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LVMH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프랑스 정부로부터 티파니 인수를 내년 1월 6일 이후로 미루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현재로서 인수를 완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이 보낸 서한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위협이 프랑스 상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인수 연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LVMH가 올해 11월 24일로 티파니와 종결하려 한 16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거래가 취소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자크 기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9월 1일자로 받은 정부 서한이 합법적이고 유효하다"며 "우리는 선택권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 소식통은 LVMH와 티파니 간 거래가 성사됐을 때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의도였다며 구속력은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르드리앙 장관이 LVMH에 보낸 서한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가 조만간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티파니 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티파니는 "LVMH가 고의로 인수를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해 인수 합의를 이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로저 파라 티파니 회장은 성명을 내고 "LVMH가 합의된 조건으로 거래를 마치지 않으려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번 인수전은 당초 ‘세기의 인수’로 불렸으나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타파니 인수 관련 재협상 방안을 모색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며 꾸준히 불발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지난해 11월에 이뤄진 인수전인 만큼 과도한 대금을 치르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속옷업체 빅토리아 시크릿 인수에 나섰던 미국 사모펀드 시커모어 파트너스가 인수 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대형 M&A가 또 불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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