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용시장의 문턱이 높아지자 20대 '쉬었음' 인구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런 상황속에 정부가 미취업 청년들에게 재난 지원금 지급까지 검토하면서 정부가 청년들의 구직 의사를 꺾어 하반기에도 쉬었음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20대의 수가 43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봤을 때 무려 8만7000명(24.8%)이나 늘어난 규모다. 다른 연령층과 견줘 봤을때 증가율도 가장 높았다.
통상 '쉬었음'의 사유는 정년 퇴직과 건강상의 이유를 제외하면, 원하는 일자리나 일자리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다. 여기에 불경기 지속으로 인해 하반기 취업문턱이 더 좁아져 청년층 고용 한파는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 대기업 74.2%가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미 코로나19에 20대 취업 진입 장벽은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364만2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3만9000명이 줄었다. 취업자 수가 줄다 보니 고용률도 무려 2.2%p 떨어지면서 전 연령층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도 지난해보다 13만9000명(25.8%) 증가한 68만2000명을 기록하면서 통계 작성 이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에 취업을 포기하겠다는 청년들이 속출하고 있다. 구직지원금과 같은 정부 지원을 통해 지금 당장 일을 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장모씨(26)는 "대학을 졸업했으니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6개월간 구직지원금을 받을 생각에 마음이 그렇게 조급하지 않다"며 "요즘 같은 시기에 굳이 힘들게 취업을 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해 당분간은 집에서 쉴 계획"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정부에서 미취업청년들에게 재난지원금 50만원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청년들의 적극적인 구직의사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 청년구직활동 지원금이나 구직급여등 취업을 유도하는 정책들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수령했던 김모씨(28)는 "구직지원금이 취직활동에 있어 분명히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명목으로 미취업자들에게 지원금을 지원한다는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차라리 기존에 있던 구직활동지원금 지급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청년들을 독려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 연구위원은 "정부가 사회적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이때 청년들을 고용시장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은 단기적으로 봤을 땐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용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한 정책들은 예전부터 계속 있었기 때문에 기존 정책들의 행정적 효율성을 높혀 효과를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