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과세 기준만으로 거주자와 비거주자(외국인) 간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이런 내용의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보유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범위가 내·외국인 간 달라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대한 해명이었다.
현재 내국인은 유가증권시장 특정 종목 지분율이 1%(코스닥시장은 2%) 이상이거나 연말 기준 보유액(평가액)이 10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지정된다. 대주주 양도세율은 최고 25%에 이른다. 게다가 이 보유액 요건은 내년 4월부터 3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반면 외국인은 거주지에 따라 부담 정도가 다르다. 한국과 이중과세방지 조약을 맺은 미국 일본 중국 등 90여 개국 거주민은 자국에 양도세를 낸다. 문제는 이런 조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한국 정부에 자국민에 대한 과세권을 준 경우다. 홍콩 싱가포르 호주 룩셈부르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이 해당한다. 정부는 이들 국가 거주민이 특정 종목 지분을 25%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로 본다. 지분율 요건이 25%로 높다 보니 실제 양도세를 내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 보도 내용은 “같은 증시에 투자하는데 기준이 이렇게 다른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조세조약상 거주지국 과세 및 상호주의 원칙 등을 고려하면 내·외국인 대주주 양도세를 형평성 관점에서 보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얘기와는 다르다. 기재부는 2017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외국인 대주주 지분율 요건을 25%에서 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듬해 1월 8일 내놓은 후속 시행령 보도자료에서는 ‘거주자 및 내국법인과의 납세 형평 제고’를 개정 이유로 명시했다. 당시 이 방안은 내국인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과 증권업계는 “‘셀 코리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결국 기재부는 한 달 만에 외국인 대주주 과세 강화를 포기했다. 당시 세제실 고위관계자는 “내국인과 조금이나마 납세 형평을 맞추려면 꼭 필요한 일인데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랬던 기재부가 지금은 “내·외국인 대주주 과세는 형평성 이슈와 무관하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역차별 논란이 혹여나 내국인 대상으로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데 발목을 잡을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는 한 증권사 임원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떠받친 개인 투자자들에게 정부가 안겨주는 건 ‘증세와 차별’뿐이라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