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서울 경기 인천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가 26일부터 전면 원격 수업에 들어갔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갑작스럽게 원격수업으로 바뀌면서 수도권지역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원격수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학력이 저하되고 사교육 의존도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교육 격차 해소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해결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12개 시·도 6840개 학교에서 등교 수업이 중단됐다. 수도권 지역 학교가 다음달 11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하면서 전날보다 4740곳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1696곳, 경기 3261곳, 인천 624곳 등 수도권에서만 5581곳에서 등교 수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고교 3학년은 대입 준비를 위해 원격수업 전환에서 제외했지만 오히려 초등 저학년과 입시를 앞둔 고교 1, 2학년 등 다른 학년들의 학력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교육현장의 목소리다.
고1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고3은 수시 원서 접수를 준비하느라 사실상 등교수업이 의미 없다”며 “오히려 내신성적을 내야 하는 고1, 2가 원격수업만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지만 문제는 다음달 11일 이후 등교 수업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라는 점이다. 정부가 갑작스럽게 원격수업 전환 지침을 내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걱정은 덜었지만 원격수업 장기화로 벌어지고 있는 학력 격차에 대한 문제는 제대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부모 사이에선 등교하지 않는 것은 1학기나 2학기 별반 차이가 없지만 원격수업의 내용이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한 학부모는 “2학기에도 원격수업을 예상하고 준비했을 텐데 1학기 대비 개선된 게 하나도 없다”며 “이번 학기도 과목별로 학원에 다니면서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학교를 다니더라도 교사마다 온라인 수업 역량이 제각각이다 보니 학교 수업에만 의존하다가 학습진도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지역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사립초등학교는 이미 ‘줌’을 이용해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다는데 공립초등학교는 동영상을 보는 게 전부”라고 하소연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초등생 저학년은 학습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부모가 옆에서 봐줘야 하는데 그냥 EBS 동영상 틀어주는 게 전부”라며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개인 과외교사를 붙여줘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