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두 배 넓은 땅에 840만여 명이 거주하는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이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수개월째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서다.
뉴욕시는 앞으로 2년간 90억달러 규모의 재정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70년대 이후 약 50년 만에 직면한 최대 재정 위기다.
뉴욕시 살림은 작년까지만 해도 탄탄한 편이었다. 실업률은 역대 최저인 4.0%까지 떨어졌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뉴욕주 기준)은 한국보다 세 배가량 많은 9만43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올 들어 모든 수치가 고꾸라졌다. 지난 6월 뉴욕시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았다. 지난 2분기 경제 봉쇄가 직격탄이었다. 세금 수입이 줄면서 재정이 고갈돼 이달 말까지 연방정부 지원이나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시 공무원 수천 명을 해고해야 할 처지다. 뉴욕시는 향후 2년간 32만여 명에 달하는 공무원 중 2만2000명을 해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도 각종 예산을 삭감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최근엔 운영비 50억달러를 빌릴 수 있게 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의회 승인을 얻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지만 같은 당 소속인 빌 더블라지오 시장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뉴욕시보다 더 큰 권한을 갖고 있는 뉴욕주까지 나섰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7명으로 구성된 ‘뉴욕 재정통제위원회’를 최근 재구축했다. 뉴욕시 적자가 1억달러를 넘기거나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시 예산 및 구조조정 권한 이양을 요구할 수 있다. 뉴욕시가 마지막 파산 위기를 겪었던 1975년 위원회가 본격 가동해 시를 살린 적이 있다는 게 주정부의 설명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