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 두 달…잠·삼·대·청 더 치솟았다

입력 2020-08-23 17:48
수정 2020-09-28 16:29

정부가 지난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서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쏟아지면서 수요 억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27일 신고가인 23억원에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직전 21억23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개월 새 2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재건축 대장주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21일 전용 84㎡가 23억원에 손바뀜했다. 두 달 전 거래가(21억3000만원)에 비해 1억7000만원 올랐다.

정부는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잠실 마이스(MICE), 영동대로 복합사업 등 개발 호재가 겹친 이들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서울 도심 공급대책 발표 이후에도 강남 주요 단지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현금부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찾아 강남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아파트 입주를 원하는 대기 수요가 많은데 거래를 제한한다고 해서 가격 안정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똘똘한 한채' 를 찾아라…강남 몰려드는 현금부자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후 두 달간 서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주택 거래가 크게 줄었다. 강남구와 송파구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난 6월 23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이들 지역에서 거래가 허가된 주거용 부동산은 총 8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4개 동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건수(635건)와 비교해 1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아파트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잠실에선 잠실주공5단지 외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27일 20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며 허가제 시행 직전 최고가(19억5000만원)보다 1억원 올랐다. 바로 옆 ‘트리지움’ 전용 84㎡도 지난달 28일 21억5000만원에 계약서를 쓰며 신고가 행렬에 동참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말 23억원에 거래된 뒤 현재 호가가 24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지난해 ‘12·16 대책’ 직전 찍었던 고점(23억5000만원)을 조만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끼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귀한데 매수 문의가 이어지자 집주인들이 갈수록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청담동과 삼성동도 마찬가지다. 청담동 ‘삼성청담공원’ 전용 107㎡는 지난 4일 18억4500만원에 손바뀜하며 6월 19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18억원)를 갈아치웠다. 삼성동 ‘쌍용플래티넘’ 전용 156㎡도 3일 6월(19억30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오른 21억원에 손바뀜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의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거래를 어렵게 해도 입지와 학군이 좋고 개발 호재가 많은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수요는 여전히 대기 중이라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 신도시를 조성할 때도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했으나 가격 억제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