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 코로나에도 굳건하던 K드라마, '셧다운' 고비를 넘겨라

입력 2020-08-22 08:29


"한 곳에서만 일하는 직업이 아니고, 촬영장엔 외부 스태프들도 있으니 더 걱정되고 조심스러워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연예계까지 파고들었다. 배우들의 확진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드라마 촬영 현장에는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다수의 작품들이 촬영을 중단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세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연예계 '코로나 쇼크'는 지난 19일 KBS2 '그놈은 그놈이다'에 출연 중인 배우 서성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장 종영까지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그와 접촉한 스태프들은 전부 검사를 받았고,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안전 상의 이유로 촬영은 재개되지 않았고, 결국 제작진은 종영을 연기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를 기점으로 각 드라마 현장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 요소들이 퍼져나갔다는 점이었다. 서성종에 이어 그와 같은 연극에 출연 중이었던 배우 김원해, 허동원이 2차 감염됐다. 이에 세 사람은 물론, 이들의 스태프들과 접촉했던 다수의 배우 및 관계자들 역시 코로가19 검사 대상자가 됐다. 고아라, 오만석, 서이숙, 김희정 등 이들과 같은 작품에 출연 중인 배우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드라마 촬영 현장은 일제히 멈췄다. '그놈은 그놈이다' 외에 KBS2 '도도솔솔라라솔', tvN '낮과 밤', '스타트업' 등이 촬영을 중단했고, JTBC는 촬영 중이던 편성 예정 작품들에 대한 전면 중단 지침을 내려 수도권 촬영이 잡혀있던 드라마들을 우선 일시중단시켰다. 감염 의심이 되는 자와의 접촉이 출연 배우에만 한하는 것이 아닌, 스태프들 간에서도 이뤄졌기에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는 판단이 주요했던 것이다. 타 드라마 제작사 및 방송사들도 깊은 고심에 빠졌다. 이대로 제작 현장이 '셧다운'되면 전체적인 편성에도 변동이 올 가능성이 크다.


각 소속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촬영 중단으로 인해 '일단'은 무한 대기 상태가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어떤 현장에서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나왔다고 하면 작품과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소속사 차원에서 의심자와의 접촉이 있었는지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한테도 확인하고 있다"면서 "특히 조연배우의 경우 여러 개의 작품에 동시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서 확인 절차도 더 길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촬영장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장소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직업 특성 상 배우들의 마스크 착용이 불가하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실제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JTBC '사생활'의 스태프는 앞서 확진자가 발생했던 타 드라마 촬영 현장에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이숙은 확진자인 허동원과 함께 '도도솔솔라라솔'을 촬영한 뒤 '스타트업' 촬영장을 방문했다. 오만석은 허동원의 분장사와 2시간 가량 밀접접촉했다.

촬영을 위해서는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명의 스태프들이 모인다. 주연 배우 1명에는 매니저를 포함해 헤어·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까지 평균 4명 정도의 스태프가 동반한다. 배우에 따라, 촬영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보조출연자까지 등장하는 장면의 경우 70~100여 명 정도가 집결하는 경우도 있다.

인원이 밀집되는 곳의 방문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반대로 촬영장에서는 작품을 위해 여러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여야하는 역설이 일어난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제작에 참여하는 인원 모두가 미리 경각심을 가지고 촬영장 간 불필요한 방문을 자제하는 등 대응 매뉴얼 및 현장 방역 시스템 보강에 각별히 신경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 드라마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도 K드라마 열풍을 일으켰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심지어는 인도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통한 영상물 시청 시간이 증가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콘텐츠 자체만으로도 호평이 쏟아진 의미 있는 성과였다. 그렇기에 이번 '코로나 쇼크'의 돌파구를 찾는 것 역시 K드라마의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촬영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장소 섭외부터 기존보다 훨씬 많은 제약이 있었다"면서도 "제작 현장의 완전한 '셧다운'을 막기 위한 업계 전체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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