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소비재 비중 확대…S&P500 따라가는 신흥시장 지수

입력 2020-08-20 17:34
수정 2020-08-21 02:38
지난 10여 년간 에너지·소재·금융 부문의 비중이 높았던 신흥시장 지수 구성이 기술 및 소비재 위주인 미국 S&P500지수와 닮아가고 있다. 그동안 미국 주식시장과 미국을 제외한 시장의 수익률 격차가 큰 이유가 지수 구성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최근엔 신흥시장도 기술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신흥시장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쉐어MSCI이머징마켓’(EEM)은 2007년 13%에 그친 기술주 비중이 이달 기준 18.4%로 높아졌다. 경기소비재 부문 비중도 같은 기간 3% 수준에서 18%로 커졌다.

반면 15% 이상을 차지하던 에너지 부문은 5.6%로 3분의 1 토막 났고, 16%에 달하던 소재 부문 역시 7%로 낮아졌다. 신흥시장 지수에서 20%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였던 금융주도 18%로 감소했다.

지난 18일 기준 이 ETF가 보유하고 있는 상위 10개 종목에는 알리바바그룹(7.35%), 텐센트(6.05%), TSMC(5.63%), 삼성전자(3.59%), 메이퇀뎬핑(1.59%),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1.27%), 내스퍼스(1.21%), 중국건설은행(1.09%), 핑안보험(0.97%), 징둥닷컴(0.82%) 등이 포함돼 있다. 포트폴리오에서 5% 이상을 차지한 4대 종목 모두가 기술주다.

이런 구성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 등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S&P500과 비슷하다. 미국 대형주로 구성된 S&P500에서는 기술주가 24.1%를 차지하고 이어 헬스케어(14.4%), 금융(13.1%), 경기소비재(11.0%)가 뒤를 잇는다. 반면 에너지, 소재 부문은 각각 2%대 수준에 그친다.

미국 대형주와 신흥시장의 수익률 격차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2007년 초 이후 누적 수익률로는 S&P500이 214.4%인 데 비해 EEM은 53.77%에 그친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3월 폭락장 이후 수익률은 S&P500이 50%, EEM이 44%로 비슷한 수준의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