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줄사표' 재현될까…핵심 수사인력의 조기이탈 우려

입력 2020-08-19 14:28
수정 2020-08-19 14:44

이르면 다음주 단행될 예정인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전후로 검사들의 ‘줄사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핵심 수사인력의 조기 유출로 범죄대응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검찰을 떠나는 검사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6년 68명의 검사가 옷을 벗었다. 2017년과 2018년엔 각 79명과 76명이 검찰을 떠났다. 지난해엔 110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도 7월 기준 39명의 검사들이 사표를 냈다.
'코드 인사' 항의 … 승진 경쟁도 치열하다법조계에선 최근 퇴직 검사가 증가하는 이유로 '불공정 인사'에 대한 항의, 검찰 조직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을 꼽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법시험 합격자가 수가 크게 증가한 사법연수원 20기 후반~30기 초반 기수가 본격적으로 간부를 달 차례라 승진 경쟁이 치열한 데다, 코드 인사와 각종 검찰 힘빼기 공세가 반복되면서 자긍심을 잃은 검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 인사 이후 60여명의 검사들이 줄사표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전임자(문무일 전 검찰총장)보다 5기수나 낮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되면서 관례에 따라 윤 총장 선배들이 대거 옷을 벗었다.

‘불공정 인사’ 잡음도 검사들의 조직 이탈을 가속화했다. 당시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 특수통 검사들이 검찰 요직을 독식했다. 적폐수사를 이끌었던 윤 총장이 친(親)여권 성향으로 인식돼 보은인사, 코드인사 논란이 일었다. 반면 정권을 겨냥해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진행한 검사들은 좌천돼 사표를 냈다.

코드인사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양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윤 총장의 지휘 아래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했거나 현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검사들은 대거 좌천되고, 친여권 성향으로 불리는 검사들이 요직을 꿰차고 있다.
수사 권한 축소 등 힘 빠지는 검찰법조계에선 앞으로 인사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사표를 내는 검사들 비중 못지않게 조직의 미래에 대한 비관으로 검찰을 떠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의 특징은 한창 일할 부장검사급의 사표가 늘었다는 것”이라며 “고위급 검찰 간부까지 지내 별 아쉬울 게 없는 검사들이 떠나는 것과 양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대폭 줄어드는 등 검찰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무부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직접수사 담당 부서를 줄이고 형사부와 공판부를 늘리는 직제개편을 추진 중이다. 검찰 내 엘리트로 불린 특수통·공안통 검사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법조계에선 검찰 권한이 줄어들고 검찰 내 주요 직위가 폐지됨에 따라 소위 ‘전관 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검찰에서 오래 근무할 유인을 떨어뜨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르면 다음주 차장·부장검사급 중간간부 인사 이동을 기점으로 특수·공안통 중심의 검찰 이탈 행렬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 안팎에선 다수의 주요 수사 경험을 갖춘 검사들의 이탈로 검찰의 수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