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8일)부터 개인 임대사업자와 세입자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집주인과 임차인이 3대 1의 비율로 부담을 지게 된다. 가입하지 않으면 집주인인 임대사업자는 징역까지도 처벌을 받게 되는 반면, 임차인에 대한 처벌은 없다. 가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데, 집주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보험요율이 계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임대보증금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이날 공포와 함께 시행된다. 임대보증금 보험은 임대사업자가 보증금을 내줄 수 없을 때 HUG나 SGI서울보증이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규 임대 등록하는 주택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기존 등록 주택은 법 시행 1년 뒤인 내년 8월18일 이후 신규 계약 체결부터 적용된다. 만약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집주인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처벌은 있지만, 세입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3월 말 기준 전국 주택 임대사업자 51만명, 등록 임대주택 156만채가 의무 가입 대상이다.
보험료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75%대 25%로 나눠서 부담한다. 3대 1로 부담을 지는 셈이다. HUG 기준으로 보증금의 0.099~0.438%로 책정됐다. 임대사업자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임대주택 부채(담보대출 등)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올라가게 된다.
예를 들어 전세금 5억원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 신용등급이 1등급에 부채비율이 60% 이하라면 최소 요율인 0.099%가 적용된다. 임대차 계약 기간인 2년간 보험료는 총 99만원(5억원*0.099%*2년)이다. 이를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눠서 내면 각각 74만2500원, 24만75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같은 전세금 아파트라도 집주인 신용등급이 최저등급인 6등급이라면 부담이 커진다. 임대주택 부채비율이 120% 이하일 때 보험료는 최고 요율 0.438%가 적용돼 438만원이 된다. 집주인은 328만5000원, 세입자는 109만5000원을 내야 한다.
정부는 "임대등록 근절 및 임차인의 피해예방을 위한 것"이라며 재무적으로 건실한 주택의 경우 부담률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자료를 통해 "임대사업자가 가입하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료는 임대사업자의 신용도와 해당 주택의 부채비율에 따라 각각 달리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에서도 일정요건 충족시 임대보증금 전액이 아닌 해당 임대주택의 담보권 설정금액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에서 주택가격의 60%를 뺀 금액을 대상으로 보증가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보증부담이 과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또 사업자의 신용도가 드문데, 이러한 경우에는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는 입장이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없던 부담이 늘어나다보니 반발은 높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가입이 가능한 기관은 HUG와 SGI서울보증 뿐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의무가입으로 156만채가 내년까지 해당되는데, 사실상 두 기관이 독점하게 되면 막대한 이득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민간에 시장을 개방해 보험요율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용등급에 따라 요율이 달라질 뿐, 일반적인 보험과는 달리 특약이나 혜택 등으로 인하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면서 임대사업자와 관련한 정부의 '말바꾸기' 비판을 수용했다. 부동산 정책 가운데 실패한 것이 있느냐는 물음엔 홍 부총리는 임대사업자 제도를 꼽았다. 그는 "되돌아볼 때 임대사업자에 대한 정책은 2~3년 만에 바뀌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2017년만 해도 임대사업자등록을 권장했지만 2018년 '9·13 대책'부터 혜택을 줄여오다 최근 '7·10 대책'에서 아파트 등록임대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