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에서 총 1조8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전체 순매수액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한국과 미국 증시가 코로나19발 폭락 이후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지난 7월부터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국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中주식 직구 올해 3조원도 가능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1월 1일~8월 10일)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순매수액은 9017억원이다. 같은 기간 홍콩 증시에서는 907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총 순매수액이 1조8093억원이다. 이 속도라면 올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순매수액(4866억원)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2019년까지 국내 투자자의 중국 주식 순매수액은 연간 4000억~5000억원 수준이었다. 운용사 관계자는 “개인들의 직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 들어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중국 주식 순매수액은 8477억원이었다. 올해 순매수의 대부분이 이때 이뤄진 것이다. 상하이종합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시점이다. 완만하게 오르던 상하이종합지수는 7월 1일 3025.98에서 7월 31일 3310.01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올해 최저점 대비 상승률이 25%에 불과하다. 코스피 ‘단기 고점론’이 제기되던 시기다. 국내 증시는 오를 대로 올랐고, 중국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순매수 1위는 헝루이제약중국은 소비재와 금융주가 시가총액 상위에 있다. 시가총액 1~5위는 차례대로 구이저우마오타이, 중국공상은행, 농업은행, 핑안보험, 중국생명보험이다. 그런데 신규 순매수 종목으로 보면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종목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선난써키트, 우시앱텍, BYD 등이다. 우시앱텍은 임상대행 업체다. 선난써키트는 5세대(5G) 이동통신 수혜주로 분류된다. BYD는 중국 간판 전기차 업체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이사는 “중국 증시에서는 헬스케어, 정보통신, 소비재 섹터가 뚜렷하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증권, 은행, 보험 등 전통업종은 최근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덜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시앱텍과 선난써키트는 중국에서 바이오와 5G를 대표하는 종목”이라며 “5G와 의약품은 중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고 중국 정부가 앞으로도 육성하려는 분야여서 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홍콩 증시에서는 누적 순매수 1위가 텐센트 홀딩스였다. 472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다. 2위는 중국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였다. 총 3196억원의 누적 순매수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 종목의 올해 순매수액만 3128억원이다. 신규 투자의 대부분이 올해 이뤄진 것이다. 누적 순매수액 3위는 장시 간펑 리튬(1712억원), 4위는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1518억원)로 집계됐다. 중국 증시 우상향 전망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당분간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경제성장을 처음으로 이뤄내는 국가”라며 “경제지표도 개선되고 있고 기업들의 실적도 증가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부분 증권사가 중국 증시는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도 “중국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도 경쟁력이 있고,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 해외 투자 시 꼭 포트폴리오로 넣어야 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12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돼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망 업종은 소비재, 인터넷 플랫폼, 전기차, 바이오가 꼽혔다. 소비재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이 2015년을 기점으로 경제구조를 내수 중심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중국이 내수를 강화하면서 주류, 식품 등 기업이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