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유동성 규제 완화 조치가 끝나는 9월을 앞두고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악화된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다. 코로나 장기화를 고려해 규제 완화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국민 농협 우리 SC제일은행 등은 1조4000억원 규모의 CD를 순발행했다. 은행권 전체로는 올 들어 총 16조원 규모의 CD가 발행됐다. 2018년 하반기(약 8조원) 대비 두 배 수준이다. 1년 만기 은행채보다 금리가 낮은 6개월 만기 CD가 주로 발행됐다. 은행으로선 비용이 줄기 때문에 발행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CD는 예수금의 1%까지 예금 잔액으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예대율 등 건전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은행권이 ‘지표 관리’에 나선 것은 코로나 사태를 고려한 규제 완화 시한이 다음달 만료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9월 말까지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 규제 기준을 기존 최저 100%에서 85%로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LCR 규제는 향후 한 달간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현금화가 쉬운 자산)의 비율이다. 단기 충격이 왔을 때 은행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3월까지 주요 은행들은 이 비율을 100% 초반으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대규모 대출 지원 등에 나서면서 100% 아래로 내려간 곳이 많다는 게 업계 얘기다.
앞으로 9월까지 은행권의 CD·은행채 발행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 완화 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을 더 늘려놔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을 발행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발행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조치를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코로나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은행권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신한 KB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지주는 지난 2분기 약 8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금융당국도 업계 의견을 수렴해 규제 완화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